더 이상 힘이 나지 않는 직장인을 위하여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자신을 하얗게 불태우는 날들이 있습니다. 승진이나 프로젝트를 위해 달리기도 하지만, 직장인을 태우는 원인은 그 밖에도 다양합니다. 유난히 길고 긴 출퇴근 거리나 바글바글한 지하철 혼잡도 직장인을 지치게 합니다. 생각의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다양한 개인적인 고민도 직장인 스트레스에 영향을 끼치지요.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을 위해 근로자지원프로그램(EAP)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내용을 살펴보면 업무 영역 외에도 가정 영역, 개인 영역 등 다양한 고민들을 상담합니다. 그만큼 근로자의 직무 만족이나 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인들이 다양하고, 이를 일터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업무적으로는 비교적 부담이 덜어 보이는 구성원이라도, 여러 사정에 의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장기화하면 번아웃 증후군이 찾아옵니다.
WHO에서 채택된 국제질병사인분류개정안(ICD-11)에서는 번아웃 증후군의 주요 증상들을 다음과 같이 제시합니다. 지속적인 직장 관련 스트레스가 적절히 해소되지 않고 번아웃 증후군으로 진행되면, 무기력하고 소진된 느낌이 상당 시간 지속되고 해소되지 않습니다. 또 일에 대하여 정신적인 거리감을 느끼고 부정적이며 냉소적인 느낌을 받습니다. 이러한 정서적인 어려움과 더불어 인지조절력 및 집중력 발휘가 어렵고 업무 효율성 역시 저하됩니다.

한국사회를 번아웃에 빠트리는 요인들

지난해 한 언론사가 국내 직장인 1,000여 명에게 130여 문항에 걸쳐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의 절반(49%)이 우울 상태에 놓여 있었습니다. 우울증 심각군에 속하는 직장인도 12.4%에 달했습니다. 그중 번아웃 진단을 받는 직장인은 55.1%에 달했습니다. 앞서 말했듯 직장인을 번아웃에 빠트리는 요인은 다양합니다. 긴 출근길과 동료 간의 갈등, 안정적이지 못한 업무 환경도 톡톡히 작용합니다. 평판 중심 사회는 아무리 MZ세대를 외치는 현대에도 굳건히 이어지고 있지요. 그뿐인가요. 메신저 보급량이 늘면서 퇴근 후에도 일을 지시하거나 업무 권력이 느껴지는 메시지를 받기도 합니다. 업무적 스트레스를 경험한 직장인들은 퇴근 후에도 고민에 사로잡힙니다. 번아웃은 개인에게도 고통이지만, 기업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됩니다. 번아웃이 심화할수록 직원들은 이직을 고려하게 되고 업무 생산성도 떨어집니다. 오랜 시간 함께하며 회사를 일군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고 다시 새로운 직원을 채용해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업무 관련 교육을 하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발생합니다. 기업에서 직원의 스트레스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입니다.

쉽게 회복하는 힘을 기르는 법

업무적으로 개인이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데 정답은 없습니다. 자신이 쉽게 시도할 수 있고, 나에게 특히 잘 맞는 스트레스 관리법을 많이 알고 많이 만들어두면 좋습니다. 스트레스로부터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 소소한 장치는 다양하면 다양할수록 좋습니다. 더불어 직장 내 스트레스로 괴롭다면 직장에서의 ‘나’와 직장 바깥의 ‘나’를 분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터에서의 내가 실수를 한다고 해서, 그것이 내 삶의 실수는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스트레스 상황으로부터 의도적으로 한 발짝거리를 두고 조망하는 상상을 해보세요. 직장에서 겪는 스트레스 상황은 대부분 반복되는 패턴이 있습니다. 자꾸 반복되면 생각을 지배하게 되지요. 나의 능력에 대해 의심을 하게 만드는 상황이 반복되면, 나를 힐난하는 사고 패턴이 자리 잡게 됩니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어도 좋고, 차분히 글로 상황을 다시 적거나 상상하면서 부정적인 상황에 처할 때 의식적으로 브레이크를 거는 노력을 필요합니다. 직장 스트레스를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면, 많은 경우 나 자신에게 평소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며, 이에 벗어나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글. 백미영

시니어플러스재단 매니저. SNS와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은퇴 후 소셜클럽을 운영하며 내일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