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찾아온 산재 사고

반도체 기업의 재무팀 3년 차, 익숙하게 오가던 평범한 퇴근길에서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를 당할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다. 사고 당시의 상황을 그는 여전히 희미하게 기억하고 있다. 구급차가 달려와 의식을 깨우는 동안에도 걱정하실 부모님 대신 친구의 연락처를 전한 그는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중환자실에서 눈을 떴다.

소영환 님 “한쪽 다리의 손상이 너무 심해 병원에서 절단을 권했어요. 처음엔 받아들일 수 없었죠. 최대한 다리를 살려보고자 다섯 번의 수술을 거쳤지만 결국 절단을 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몸의 회복은 빨랐지만 마음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더라고요. 갑작스러운 사고로 장애인이 되었다는 사실도, 남은 여생을 한쪽 다리 없이 살아야 한다는 사실도 받아들일 수 없었으니까요. 서핑에 트레킹까지 평소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길 정도로 활달한 편이었거든요. 취미 활동에 제약이 생긴다고 생각하니 의기소침해지고 나중엔 그냥 걸어 다니는 모든 사람이 부러운 마음도 들더라고요.”

사고 이전의 삶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절망감이 그를 에워쌌다. 그런 그를 지탱한 건 가족과 친구들의 응원이었다. 매일 찾아와 침울한 그에게 긍정적인 이야기를 건네며 어깨를 다독이던 사람들이 있어 그는 조금씩 웃음을 되찾아갔다. SNS를 통해 공유한 일상은 얼굴을 알지 못하는 많은 이들에게도 공감을 샀다. ‘아직 한 발 남았다’는 이름의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솔직 담백하고 유쾌한 방식으로 산재 이후 재활 이야기를 공유하며 그는 지금도 그만의 방식으로 사고를 극복해가고 있다. 처음 카메라와 함께 진료실에 등장하던 소영환 님의 모습에 당황하기도 했던 이강표 재활의학연구센터장과 인천병원 의료진들 역시 그의 방식을 존중하며 응원하고 있다.

이강표 센터장 “처음 내원하던 당시 오른쪽 대퇴절단이 주요 상병이었고, 오른쪽 어깨도 재활이 필요한 상태였습니다. 수술 후 상처는 거의 회복된 상태였지만 전반적인 관절의 운동 범위가 줄어 있었고, 다섯 번의 수술과 회복을 거치며 전신의 근력도 빠진 상황이었고요. 절단 환자는 근로복지공단 병원에 내원하면 재활 특진을 거치는데요. 소영환 님 역시 바로 재활 특진을 시행해 영상 검사를 포함한 다양한 평가를 거쳐 상병에 맞는 집중재활프로그램을 신속하게 진행했습니다. 특진 과정에는 재활의학과뿐만 아니라 재활공학연구소 전문가, 산재관리간호사, 작업치료사 등 모든 의료진이 함께해 치료 계획을 세웠지요.”

다학제 재활 특진에서 맞춤형 재활 프로그램까지

근로복지공단 병원에서는 요양 초기 단계부터 맞춤형 재활 계획을 세워 치료뿐 아니라 직업, 사회복귀에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하는 통합서비스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산재환자에게는 신체 재활뿐만 아니라 심리 및 환경적 요소를 모두 고려한 통합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이강표 센터장은 강조한다. 원직장 복귀에 대한 의지가 강한 환자일수록 기본적인 신체기능을 끌어올림과 동시에 직업 특성상 추가로 필요한 기능 회복에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 사무직에 종사하는 소영환 님의 업무 특성상 직업복귀를 위한 추가 훈련이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4주간의 상하지 집중 재활프로그램을 매일 이어가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 늘 밝은 표정으로 재활실을 오가는 모습에 다른 환자들도 대단하다며 입을 모을 정도였다고.

소영환 님의 강한 의지 덕분일까? 4주 만에 간단한 동작에서 시행한 재활은 빠르게 강도를 높여갔다. 수술 후 앙상했던 어깨에도 점차 근육이 붙기 시작했고, 절단 부위에는 임시 소켓을 제공해 의족에 적응하기 위한 대비도 시작했다. 임시 소켓은 환부가 의족에 맞게 회복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한편 맞춤 의족이 불편하거나 아프지 않도록 테스트하는 역할을 한다. 인천병원 1층에는 이동이 불편한 환자도 쉽게 오갈 수 있는 의지제작실이 있어, 최종 의족이 제작되기 전까지 매일 테스트의 연속이었다.

다시 일어서는 기억을 남기고
병원을 떠날 수 있어 정말 행복했습니다.

소영환 님 “처음 의족을 착용하고 다시 일어서 발을 땅에 디뎠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낯설었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박지훈 선생님과 함께 천천히 연습하며 전처럼 다시 서서 걸었을 때 너무 행복하고 기뻤습니다. 그즈음에는 잘 움직이지 않던 어깨도 추진서 선생님과 함께 훈련하며 점점 좋아지고 있었고요. 힘들었던 시간은 절단 수술 후 다 털어버리고 다시 걷겠다는 생각으로 인천병원에 입원했는데요. 결국 다시 일어서는 기억을 남기고 병원을 떠날 수 있어 정말 행복했습니다.”

다시 희망을 향해 나아가다

소영환 님은 일대일로 상병에 맞춰 세심하게 진행되는 집중 재활 치료 프로그램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대로 어깨가 잘 움직이지 않으면 어쩌나, 다시 걷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하던 마음이 인천병원 재활의학과 의료진과 함께하며 확신으로 바뀌며 그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남았다. 때로는 땀을 뻘뻘 흘리며 재활을 함께 이어가던 날들은 그의 유튜브 채널에도 고스란히 남겼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이들의 뜨거운 응원도 그를 걷게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소영환 님 “처음엔 과연 앞으로 어떻게 살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마음먹으면 못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육체적으로 제한이 생기긴 했지만 그만큼 더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이죠. 다시 걷던 날 뭔가 제가 큰 일을 해낸듯한 성취감이 들었거든요. 앞으로 이보다 더 힘든 일이 생긴다고 해도 잘 이겨낼 수 있다는 마음가짐 하나는 확실히 얻었습니다.”

이강표 센터장 “소영환 님께서 워낙 회복에 대한 의지가 커서 의료진 역시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다만 아직은 회복이 진행 중인 단계로 너무 무리한 운동은 하지 말라고 거듭 말씀드리고 싶어요. 자신만의 호흡을 찾아 꾸준히 노력해 나간다면 말씀하시는 모든 꿈들을 하나씩 이뤄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재활전문센터와 재활의학연구센터를 이끌며 산재재활 전문병원의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다양한 재활 프로그램들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계획입니다. 특히 지난해까지 코로나19로 사회심리재활 프로그램이 잠시 주춤하는 시간을 보냈는데요. 올해부터는 더 다채롭게 환자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많은 환자분들이 회복될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저희 인천병원 의료진과 함께해 주시기 바랍니다.”

절망 가운데서도 반드시 희망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 그 마음이 소영환 님을 확실한 행복으로 이끌어줄 것이다. 그 길에 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 의료진을 비롯한 많은 사람이 응원을 건네고 있다. 가고자 하는 길의 끝에서 다시 한번 밝게 웃어 보일 그날을 기다려본다.

소영환 님 “앞으로 가능성을 열어놓고 하고 싶은 일을 하나씩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영상 디자인 분야로 전업을 준비하며 패럴림픽 도전도 생각하고 있어요. 나중에는 제 이름을 건 사업도 해보고 싶고요.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든 시간도 있지만, 걷고 나면 달라질 거라는 생각으로 견뎠고 실제로 걸어보니 정말 많은 게 변하더라고요. 다른 산재환자분도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이나 앞으로 걱정되는 일들은 그때 가서 생각해도 늦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환자 걱정에 힘든 내색도 못하는 곁의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힘을 내시기 바랍니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도전하다 보면 반드시 다시 행복해질 거라 믿습니다!”

자신만의 호흡을 찾아 꾸준히
노력해 나간다면 말씀하시는
모든 꿈들을 하나씩 이뤄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