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에세이 이미지1

괜찮아요,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다시 새해가 밝았습니다. 언젠가부터 새해의 부푼 희망보다 작심삼일로 자신에게 실망할까 두렵다면,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새해 결심은 원래 지키기 어렵습니다. 결심을 현실로 만드는 건 의지력만의 문제는 아니거든요. 작심삼일로 끝나는 계획의 몇 가지 조건들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먼저 연초 계획 자체가 작심삼일을 넘기기 힘들게 설정된 경우입니다. 내가 지킬 수 있는 수준보다 훨씬 난이도가 높거나, 실행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아 모호한 목표에 그치고 말지요. 연초 계획을 세울 때 좋은 점(Bright Side)에 과도하게 집착하면 달성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희생(Dark Side)을 간과하고 맙니다. 목표 달성을 위해 들여야 하는 시간이나 추가적인 에너지, 귀찮음 등을 극복하는 마음의 힘, 어려운 일을 감당해야 하는 골치 아픔 등을 포함하지 않은 계획은 달성 가능성이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왠지 될 것 같은데?' 정도로 시작하기 보다는 실제 수행했을 때를 생생하게 시뮬레이션 해보면 도움이 됩니다. 정말로 하고 싶고, 감당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 때 추진하는 계획은 성공 가능성이 크죠. 우리의 뇌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자신과 대화할 때 훨씬 강한 동기를 얻습니다.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쉬운 방법은 ‘계획 쪼개기’입니다. 매일 헬스장에 가기로 결심했나요? 여기에는 수많은 심리적 장벽이 따릅니다. 아침에는 피곤하고, 점심에는 밥을 먹어야 하고, 저녁엔 퇴근 후라 분명 몸도 마음도 지쳐 있을 겁니다. ‘매일 헬스장 가기’를 쪼개서 ‘하루 한 번, 스쿼트 열 개하기’ 정도로 바꿔볼까요? 지금 이 자리에서도 당장 할 수 있는 동작이죠. 심리적 장벽을 낮추면 계획에 접근하기 좀더 쉬워집니다.

희망 에세이 이미지1

편안함을 추구하는 뇌의 브레이크

모든 계획은 의지만으로 지속할 수 없습니다. 지속할 수 있는 환경도 중요하지요. 열정은 늘 식게 마련이고, 멀리 달리기 위해선 빠른 속도보다 긴 호흡을 선택해야 합니다. 게다가 우리가 내리는 판단의 모든 원초적인 기준은 ‘편안함’을 따라갑니다. 힘들고 두렵거나 불안할 때 뇌는 끊임없이 당장 멈추라고 경고하지요. 바로 ‘뇌의 브레이크’ 기능입니다. 편안함을 추구하는 우리의 뇌가 목표달성을 방해하는 겁니다.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불편함보다 편안한 지금이 더 나으니까요.
뇌에는 최상위 기관인 전두엽이 있고, 기저핵이 운동 기능을 담당합니다. 이 사이에는 일정한 경로가 형성되어 있는데, 이를 ‘보상회로’라고 부릅니다. 전두엽이 실행과 통제를 담당하며, 보상회로에서 오는 쾌락을 느끼고 그 쾌락을 갈망해 자꾸만 특정 행동을 반복하려 합니다. 기저핵은 이 결정을 실행에 옮기도록 하지요. 그러니 먼저 ‘뇌’를 설득해야 합니다.
다이어트를 기준으로 한다면 ‘1년에 15kg 감량’보다는, ‘2주에 0.5kg’ 감량으로 쪼개고 여러 단계로 나눠 중간중간 보상합니다. 감량이 심리적 장벽으로 다가온다면, ‘과당 음료 끊기’나 ‘일주일에 세 번 걷기’처럼 점진적으로 습관을 만들어갈 수도 있지요.
실패 관리도 중요합니다. 3일 동안 지키다 하루를 실패했다고 작심삼일이라는 말로 결론짓지 마세요. 우리의 체력이나 의지, 시간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하루의 실패 정도는 훌훌 털어내야 합니다. ‘저녁 금식’이나 ‘30분 달리기’와 같이 셀프 벌칙을 주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 좋습니다.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 우리는 결국 몸이 그 행동을 익히게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달콤한 보상으로 전두엽을 유혹하고, 작심삼일을 여러 번 시도하다 보면 어느 순간 뇌도 꾸준한 노력을 ‘나의 일부’로 받아들일 겁니다. 한동안은 어렵겠죠. 짐을 더는 방법은 있지만, 지름길은 없으니까요. 멈추고 다시 걷기를 반복하는 사이 목표 지점은 가까워집니다. ‘어차피 못할 텐데’라는 마음 대신, ‘실패해도 괜찮아, 가보자고.’를 선택하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니까요. 꺾여도 뭐 어때요. 또 해보면 됩니다.

글. 김지은
그림책 칼럼니스트. 동네 서점 다정을 운영하며, 세상의 수많은 이야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민들레 가족〉, 〈그림책 처방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