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진짜 가족일까?

그림책 한 권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합니다. 여기 의사로부터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상심한 부부가 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던 부부는 우연히 늪에서 낯선 생김새의 아기를 발견합니다. 아기는 물고기처럼 비늘을 갖고 있었어요. 부부는 아이의 생김새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부부는 아기를 가족으로 받아들였지요. 아기에게는 보리스라는 이름이 붙었고요. 보리스는 훌쩍 자라 친구를 사귀고, 학교에 가고, 자전거를 타며 행복하게 지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보리스는 바람을 타고 날아온 늪의 냄새를 맡고 문득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이곳이 정말 내게 어울리는 곳인가?’
보리스는 난생처음으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합니다. ‘내 삶은 진정 행복할까? 피도 나누지 않고 생김새가 다른 부모님과 나는 정말 가족일까?’ 답을 찾고 싶은 보리스는 결국 집을 떠나 자신이 존재하던 늪을 찾아갑니다. 늪에서 보리스와 같은 생김새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지요. 보리스는 늪이 자신이 존재해야 할 곳이며, ‘진짜 가족’을 찾았다고 좋아합니다. 하지만 늪에 사는 이들과 자신이 꼭 똑같지 많은 않겠지요. 어른이 된 우리가 짐작할 수 있을만한 상실감과 슬픔을 보리스는 처음으로 느낍니다. 어느 쪽에도 어울릴 수 없는 자신에 대한 슬픔이었죠. 방황하던 보리스는 슬픔에 잠겨 늪의 바닥을 거닐다 작은 쪽지가 들어 있는 수많은 병을 발견합니다. 쪽지 안에는 보리스의 부모님이 보낸 쪽지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었습니다.

“네가 지금 있는 곳에서 행복하다면, 우리도 행복하단다.”

가족은 어떻게 탄생할까요. 우리가 가족인 이유는 비슷하기 때문일까요? 비슷하다고 느끼는 게 사랑하기 때문인지, 사랑하기 때문에 비슷해지는지 보리스는 생각에 잠깁니다. 그리고 늪에서 나와 다시 집으로 걷기 시작합니다. 늘 그 자리에서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해 주고 응원해 주는 존재가 기다리는 곳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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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리지 않아도 괜찮아, 사랑하니까

세계적인 작가 다비드 칼리와 섬세하고 디테일한 묘사가 돋보이는 화가 마르코 소마가 함께 만든 그림책 〈나도 가족일까?〉는 보리스를 통해 우리에게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묻습니다. 책은 마치 늪에 잠긴 것 같은 이미지로 가득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물의 이미지가 이어집니다. 책에는 물속에 뿌리를 내린 나무들과 나무뿌리 사이를 헤엄치는 물고기가 보입니다. 흔히 나무는 땅에 뿌리를 내린다고 생각하지만, 물속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나무도 있지요. 맹그로브가 대표적입니다. 물속에 뿌리내린 나무, 나무뿌리 사이를 헤엄치는 물고기. 서로 어울리지 않는 존재들이 서로 무심히 함께 사는 모습이 어쩌면 오늘날 우리 사회를 채우는 가족의 풍경이 아닐까요?
서로 닮지 않아도 자기만의 색을 내며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이 가족이라면 우리는 전통적인 모습의 가족보다 더 많은 형태의 가족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겁니다. 마치 10년 동안 함께 살아온 고양이와 저처럼 말이지요. 보리스의 부모는 보리스가 자신을 왜 늪에서 데려왔냐고 책망할 때도 보리스를 나무라지 않았습니다. 제발 돌아오라 사정하지 않고, 보리스의 안전과 행복을 빌었습니다. 믿고 지지하고 기다려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보리스의 삶을 존중했기 때문일 겁니다. 어쩌면 우리가 진짜 바라는 건 그런 가족이 아닐까요. 매일 일터로 나가는 나의 등을 단단한 사랑으로 밀어주는 존재가 있다면, 우리는 그들을 가족으로 부르기로 합니다. 그리고 서로를 가족으로 여기기로 했다면, 서로에게 돌아가고 싶은 품이 되어주기로 해요. 어떤 방식으로 시작되고 어떤 구성원으로 이루어졌든 가족은 사랑과 이해, 믿음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관계라는 사실은 절대 변하지 않는 진리니까요.

글. 김지은
그림책 칼럼니스트. 동네 서점 다정을 운영하며, 세상의 수많은 이야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민들레 가족〉, 〈그림책 처방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