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네 꿈이 뭐니?” 어른들은 종종 아이들에게 꿈을 묻는다. 씩씩한 아이들은 대답한다. “저는 의사요”, “저는 가수요”, “저는 축구선수가 될래요” 아이들의 꿈은 세상과 마주하면서 희망 사항으로, 또 희망 고문으로, 결국에는 밥벌이를 위해 적절한 직업을 찾는 것으로 일단락된다. 부푼 꿈이 쪼그라드는 순간이다. 이후 사회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당신의 꿈이 뭡니까?” 라는 질문은 절대 발설하면 안 될 금기어로 전락한다. 왜 어른이 되면 꿈이 사라질까. 뭔가 거창하고 대단한 결과를 성취했을 때, 비로소 꿈이 이루어졌다고 믿는 편견 때문이 아닐까.
나는 꿈을 다시 정의하고 싶다. “가슴이 뛰는 일이 있다면, 그것을 하고 싶은 열정이 남아 있다면, 그것을 위해 오늘, 작은 것 하나를 투자할 수 있다면, 당신은 여전히 꿈을 가진 자다.”라고.
난 어릴 때부터 꿈이 많았다. 초등학교 때는 모델이 되고 싶었다. 런웨이를 활보하는 그들이 멋져 보였다. 하지만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았기에, 내 꿈은 어른들의 비웃음을 샀다. 중학교 때는 카메라맨이 근사해 보였다. 역시나 어른들은 ‘사진 찍으면 돈이 나오냐?’며 내 꿈을 이해하질 못했다. 결국, 내 꿈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밥벌이의 기준’에 맞춰 평가절하됐고, 꿈 따위는 쓰레기통으로 직행했다. 고등학교 때는 어른들의 눈높이에 맞춰, ‘국어 선생’이 되겠다고 했다. 어른들의 평가는 나쁘지 않았지만, 신통치 않은 내 실력이 문제였다.
당신의 발걸음이 꿈을 향한 여정 속에 있다면
나는 꿈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대학에 진학했다.
그 무렵 가슴이 뛰는 일을 만났다. 연극이었다. 전공과 무관했지만, 나는 연극에 올인했다. 배고픈 일이라며 어른들은 걱정했다. 괜찮았다. 무대에 설 수만 있다면. 태어나서 처음으로 살아있는 느낌이었다.
대학 졸업 후에도 극단에 들어가 10여 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연극배우로서 청춘을 불살랐다. 열정을 모두 불태운 탓일까. 건강에 문제가 생겨 수술대에 올랐고, 배우의 꿈도 막을 내렸다. 그 이후 평범한 직장인이 된 나는 결혼과 함께 가장의 무게를 짊어진 채 오랫동안 넥타이 부대의 일원으로 살았다.
돌이켜보니 아무도 내 꿈을 응원해주지 않았지만, 나는 여전히 꿈을 꿨고 그 꿈은 다양한 모습으로 성장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로운 열정의 대상이 생겨났다. ‘여행’이 나를 다시 가슴 뛰게 했다.
직장인으로 살면서 주말에는 여행하고 사진을 찍었다. 주중에는 블로그에 꾸준히 글과 사진을 올렸다. 그렇게 10여 년의 세월이 지나 직장에서 조기 은퇴를 한 뒤 여행작가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어느덧 전업 여행작가로 산 세월도 14년이 훌쩍 지났다. 그렇다면 내 꿈은 모두 사라진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내가 한때 꿈꾸던 것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여행 사진작가로 일하면서 ‘카메라맨의 꿈’ 을, 많은 청중 앞에 서는 강사로서 조금은 다르지만 ‘국어선생’의 꿈도 이루었으며,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배우의 꿈’도 진행 중이다.
아직 이루지 못한 ‘모델의 꿈’도 여전히 유효하다. 언젠가 백발이 되면 시니어 모델로 무대에 서 보려 한다. 꿈은 어느 날 반짝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삶의 모든 일상이 모여 꿈이라는 큰 그림이 완성된다. 당신의 발걸음이 꿈을 향한 여정 속에 있다면, 사소한 것 하나라도 버릴 게 없다. 아직 가슴이 뛰는 일이 있다면, 그 열정을 오늘의 노력으로 바꿀 수 있다면, 당신은 여전히 꿈을 가진 자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스티브 잡스가 한 연설이 떠오른다. “그 어떤 경험도 버릴 것이 없으며 모두 배움의 기회로 삼는다.” 배움의 기회는 곧 꿈을 이룰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