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후 새로운 삶에 도전하는 박찬종 님
〈희망나무〉 구독자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서른넷, 박찬종입니다. 화학계 제조업 회사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2022년 9월 23일, 퇴근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왼쪽 무릎 아래를 절단하고 재활치료를 받으며 새로운 삶을 살고 있지요.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다 2차선을 가로질러 달려온 5톤 트럭에 치여 깔리는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헬기를 타고 수원 아주대병원으로 이송되었는데요. 온몸에 찰과상과 눈뼈 골절, 척추 3곳에 미세골절, 왼쪽 무릎 아래와 발목에 개방성 골절이 있었습니다. 응급수술 이후, 왼쪽 무릎 아래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사고로 117일간 입원하셨어요. 지칠 때 가장 힘이 된 사람은 누구였나요?
아주대병원과 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에 입원했어요. 초기 급성기 치료를 받고 있을 때 어머니께서 병간호를 해주셨습니다. 제가 편한 마음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한 번도 슬픈 내색하지 않으셨고요. 아내 역시 10분이면 걸어서 퇴근할 수 있는 거리를 1시간 넘게 차를 타고 달려와 간호해 줬어요. 그 큰 사랑 덕분에 잘 버텼습니다.
YOUTUBE @ CJ PARK
지금은 사고 전과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계시죠?
블로그에 꾸준히 적어 내려간 병상일지를 엮어 출판 계약을 맺었습니다. 광고도 찍었고요. 언론 매체와 인터뷰를 하거나 유튜브 프로그램에 게스트 출연도 했죠. 꾸준한 훈련 끝에 전북 소속 사이클 선수가 되었어요. 누군가는 지금의 저를 보며 “사고 전보다 더 잘 나간다”고 말하더라고요. 저도 그런 생각이 들긴 하지만 막상 집에 돌아가 의족을 벗으면 다시 저에게 닥친 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물론 노력한만큼 관심을 가져주셔서 얻은 고마운 일상이라고 생각해요. 이 불편한 몸과의 긍정적인 공생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자전거를 다시 타기 시작한 계기가 있나요?
사고 전에도 꾸준히 자전거를 탔어요. 유튜브나 동호회 활동에도 열심이었고요. 그런데 사고 후 신체적 핸디캡 때문에 스스로 무너지거나, 자전거를 타지 않는 결말은 개인적으로나 자전거를 사랑하는 분들에게 결코 좋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또 의족 회사에서 장비를 지원해 주셨거든요. 저와 같은 장애인 분들이 의족을 구입한 돈으로 제가 지원을 받는 것과 다름없잖아요. 저에게 주어진 지원이 다른 장애인의 응원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해요. 세상에 저를 당당하게 드러내, 더 많은 이들에게 ‘이런 사람’도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장애인 사이클 선수에 도전하게 되었고요. 지금은 패럴림픽을 목표로 열심히 훈련하고 있습니다.
‘내 삶의 첫 챕터는 사고부터 퇴원까지, 두 번째 챕터는 퇴원 이후 겪는 장애인의 일상, 세 번째 챕터는 새로운 도전이다’라고 블로그에 남기셨는데 올해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있나요?
최종적으로는 패럴림픽 도전이 목표입니다. 패럴림픽 출전권이 걸린 세계 대회에 차근차근 출전하려고 해요. 지금은 벨기에 월드컵 준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또 10월 즈음에는 달리기와 자전거를 타는 듀애슬론(철인 2종 경기)에도 도전하려 합니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5월에 결혼식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일들을 다 이뤄내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는 건강한 몸이 필수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매일 열심히 운동하고 있습니다.
인천병원에 계시면서 많은 산재환자를 만나셨죠. 그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산재로 장애인이 된 후, 자연스레 알게 되고 공부한 것들이 있는데요. 사람마다 장애의 형태나 처한 상황이 달라서 제가 그분들에게 감히 어떤 말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보다는 오히려 비장애인, 일반 대중분들에게 장애인에 대해 관심을 더 가져주십사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장애를 갖기 전에는 몰랐던 것들이 ‘관심’을 가지니 보이더라고요, 이웃의 장애인에게 따뜻한 시선과 다정한 관심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