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하빈
자아성장 큐레이션 플랫폼 밑미의 공동창업자. 많은 사람이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고, 삶을 나 답게 살 수 있도록 돕는 리추얼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대체 불가능한 나를 찾아서
일상에서 매일 만나는 나 자신을 진지하게 대하는 태도. 그 태도는 매일 마주하는 일상을 그냥 흘려버리지 않고 의식적으로 바라보며, 나의 감각으로 살고자 노력하는 일이다. 내가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는지 망각하지 않고 사는 것은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똑같은 아침의 시간이 주어지지만, 오늘을 사는 사람은 아침을 다르게 보낼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고, 내 몸의 상태를 느끼고, 천천히 차를 마시며 오늘 하루를 어떤 마음으로 맞이할지 스스로에게 대화를 건넬 수 있다. 똑같은 출근길이라도 다른 방법으로 가보는 일, 익숙한 동네지만 새롭게 주변을 바라보는 일, 늘 서 있던 나무를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자세히 들여다보는 일은 내가 무엇을 느끼는 사람인지 더 잘 알게 만들고, 그 감각이 우리의 삶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든다.
이는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와 비슷하다. 새로운 여행지에서는 평소의 일상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된다. 여행자의 아침이 새로운 시선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내가 어떤 걸 먹고 싶은지, ‘나’에 대한 질문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일상에서 우리는 어떤가? 일상에 대한 호기심 없이 둔감한 나로 살아가는 일이 더 쉽다. 그러나 나의 하루는 어땠는지 묻지 않고 관성대로 살면 외부적인 변화에 큰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떠나지 않고도 매일 하루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여행지에서 그랬듯, 일상에서 나를 매일 새롭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시간이 쌓였을 때 우리는 대체 불가능한 존재임을 느낀다.
오늘 나는 무엇을 느꼈나
직접 손으로 만지고 만드는 일을 해보면 어떨까? 배달 음식 대신 하루는 재래시장에 가서 물건을 사고, 집에서 간단하게 요리를 해보는 일도 좋다. 일상을 잘 살아내기 위해서는 직접 몸으로 하는 경험을 늘려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스마트폰과 인공지능 시대의 희귀함은 직접 손으로 하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직접 먹지 않아도 먹방을 보며 맛있는 식사를 대리 경험하고, 여행을 직접 가지 않아도 여행 브이로그를 보며 대리 여행자가
될 수 있는 대리 경험의 사회에 살고 있다. 누군가 직접 경험하고 쌓았을 노하우를 잘게 쪼개 먹여주는 콘텐츠가 알고리즘에 걸려 매일 전시되고, 노력하지 않아도 보고 들을 수 있는 콘텐츠가 스트리밍 서비스처럼 일상으로 흘러든다. 우리는 스스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자기도 모르게 박탈당하고 있다.
이런 시간이 길어질수록, 인간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점점 줄어들고 무기력해진다. 요리 레시피를 백 번을 읽은 사람도 그 요리를 직접 한 사람을 흉내 낼 수 없듯, 우리가 실제로 손에 묻혀 하는 경험은 일상의 시행착오를 만들어내고, 그 시행착오가 삶의 지평을 넓힌다. 그리고 비로소 내가 할 수 있는 삶의 세계를 넓혀준다. 당신의 일상이 불안하다면, 미래에 대한 생각 대신 ‘오늘 나는 무엇을 느꼈는가’ 질문을 던져보자. 미래에 대한 준비를 그만두자는 말이 아니다. 우리가 다가갈 미래는 인간만이 가진 가치인 ‘인간다움’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기계적이고, 물리적이고, 기능적인 무언가는 분명 대체될 것이다. 하지만 오늘 내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은 누구도 대체할 수 없다. 매일의 순간에서 이를 느끼려고 노력하는 마음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무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