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을 걷는 여행 사진1

만항재는 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언덕이다

TIP 만항재에서 5km 남짓한 거리에 있는 정암사는 신라 선덕여왕 14년(645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한 절이다. 석가모니의 진신사리가 봉안된 국내 5대 적멸보궁으로 유명하다. 진신사리는 수마노탑(국보 제410호)에 봉안되어 있다. 마을호텔 18번가에서 5km 정도 떨어진 삼탄아트마인도 추천한다. 2001년에 폐광된 옛 삼척탄좌 정암광업소 부지에 문화예술광산 1호로 재탄생한 곳이다. 한국인이 가봐야 할 곳 관광 100선에 선정되는 등 정선의 핫플레이스로 손꼽힌다.

하늘 아래 첫 고갯길, 만항재

강원도 정선은 오랫동안 오지였다. 첩첩산중에 가로막혀 경작이 어려웠고, 사람과 물자가 오가기 쉽지 않았다. 최소한 검은 보석, 석탄 산업이 호황을 누리기 전까지는.
1970~80년대 대한민국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으며, 그와 동시에 석탄 산업은 급성장했다. 동양 최대의 민영 탄광인 동원탄좌가 있던 정선 사북에서는 ‘멍멍이도 만 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았다. 그러나 화무십일홍이었다. 이후 많은 게 변했지만, 정선의 아름다운 자연은 그대로이다. 오히려 이제야 빛을 발하는 듯하다.
정선은 태백산맥의 서쪽 면에 있다. 영동지방에 폭설이 쏟아지고 대관령에 역대급 눈이 내려도 태백산맥에 가로막혀 정작 정선 시내에는 눈이 많이 내리지 않는다.
그런 정선에서 손꼽는 설경 명소가 있다. 매년 봄, 만발하는 야생화 군락 덕에 천상의 화원으로 소문난 만항재가 주인공이다.
만항재는 정선군 고한읍과 태백시 신동면, 영월군 상동읍이 경계를 이루는 해발 1,330m 고개를 일컫는다. 천 고지가 넘는 곳이니 걸어서 오르려면 반나절 이상 걸린다.
다행히도 차를 타고 만항재까지 오를 수 있다. 414번 지방도로를 따라가면 “포장도로가 놓인 가장 높은 고개’라는 타이틀이 붙은 만항재에 닿는다. 가는 길에 눈이 없더라도 실망하지 말자. 414번 지방도로에 들어서는 순간 거짓말처럼 설경이 펼쳐질 테니.
내린 눈이 얼어붙은 눈꽃은 눈 내린 직후에나 볼 수 있지만, 고도가 높은 만항재에는 한낮에도 얼음꽃이 그대로이다. 푸른 잎사귀를 떨군 활엽수에 상고대가 내리면 칙칙한 겨울나무가 은빛으로 반짝인다. 특히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햇볕을 받으면 다이아몬드처럼 영롱한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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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발 1330m 만항재의 표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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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웠던 과거를 고스란히 옮겨놓은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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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항재는 차가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갯길이다

눈꽃 트레킹의 성지, 함백산

만항재 소공원과 쉼터 사이로 임도가 놓여있다. 이 길은 한때 석탄을 실은 트럭이 오가던 외딴 산중의 길로써 정선의 새비재까지 40km 남짓 이어진다. 중국의 ‘차마고도’에 빗대 ‘운탄고도’라 불린다. 만항재와 이웃한 함백산 또한 눈꽃 트레킹의 성지로 손꼽힌다.
여섯 번째로 높지만, 만항재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겨울에도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탐방로는 3km 남짓으로 1시간 30분 정도면 함백산 정상에 닿는다. 복병이 있다면 예측 불가능한 날씨이다. 코스가 짧더라도 겨울 산행은 방한과 안전사고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방수가 잘 되는 중등산화와 아이젠, 스패츠 등 눈길 트레킹에 필요한 장비는 필수이다. 눈길 트레킹의 소요시간은 평상시보다 1.5배 이상 잡아야 한다. 중간에 물을 구할 수 없으니 충분한 식수와 간식을 사전에 준비하는 것도 잊지 말자.
함백산 오르는 들머리에 상고대가 절정이다. 가지마다 주렁주렁 달린 눈꽃을 감상하느라 꿈결 속에 들어온 듯 황홀하다. 둘레길을 걷듯 편안해 여유롭게 주변을 감상하기에도 좋다.
하지만, 태백선수촌 입구에 이르면 상황이 달라진다. 그동안의 호사로움은 모두 잊어야 한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정상까지는 단, 0.9km에 불과하지만, 해발고도가 1,400m 넘는 까닭에 엄청난 추위와 무지막지한 칼바람이 기다리고 있다. 상고대가 피어난 드넓은 능선에 이르면 정상이 지척이다. 매서운 칼바람이 불면 눈도 뜨지 못할 정도로 시리지만, 눈꽃이 바람에 날려 사방으로 흩어지면 감동의 도가니에 빠진다. 정상에서 마시는 공기 맛은 도심 것과 비교할 수 없다. 빙수처럼 차갑고, 약수처럼 달큼하며, 탄산음료처럼 톡 쏜다. 정상에서 보는 풍광 또한 한반도 남쪽 산악지대에서 보는 것과 다르다. 주위를 에워싼 산세는 성채처럼 웅장하고, 장벽처럼 위엄있다. 하얀 눈이 뒤덮인 설원과 산맥의 향연은 추운 겨울, 날 것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이다. 이 아름다움에 취하는 게 겨울 눈꽃 트레킹의 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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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호텔 18번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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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연탄은 골목 한켠에서 작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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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m 정도 이어진 골목길

산중 마을의 무한변신, 마을호텔 18번가

눈꽃 트레킹을 마치고 하룻밤 묵어가기 좋은 곳이 있다. 만항재와 가까운 정선군 고한읍에 있는 ‘마을호텔18번가’이다. 이곳은 백두대간에 둘러싸인 산중 마을이다. 사계절 가운데 겨울이 가장 긴 까닭에 3월에도 산비탈에는 눈이 소복하다. 고한읍은 석탄 산업이 한창 호황일 때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붐볐다. 하지만 석탄 산업 합리화 정책에 따라 마을은 쇠락해 갔다. 빈집이 늘었고 인구는 줄었다. 슬럼화되어 가는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고, 사람이 찾고 싶은 마을로 가꿔보자는 뜻있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골목길 청소를 시작으로 직접 가꾼 꽃을 집 앞에 내놓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나둘씩 내놓은 꽃들을 모아 2019년부터 ‘골목길 정원박람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어서 탄광 마을을 호텔로 바꾸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을 시작했다. 골목 상점들을 하나로 묶어 호텔처럼 운영한 것이다. 민박집은 호텔 객실로, 중국집은 호텔 중식당으로, 마을회관은 비즈니스룸으로 변신했다. 비로소 ‘마을호텔18번가’가 탄생했다.
호캉스에도 나름의 순서가 있는 법. 객실을 먼저 둘러본다. 입구에 ‘가장 높은 곳에서 빛나는 꽃’이라는 글이 선명하다. 그 아래에 지역 명사들이 남기고 간 응원 메시지가 여행자를 반긴다. 실내 리셉션에는 계절을 잊은 듯 화사한 꽃이 싱그럽다. 객실은 3인실 ‘꽃방’, 2인실 ‘빛방’과 ‘별방’으로 모두 3실이다. 객실은 깔끔한 세팅은 물론이고, 벽을 장식한 액자나 아기자기한 소품에서 마을 주민들의 마음이 느껴진다. 시설이나 편의성에서 일반 호텔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마을의 스토리가 곁들여져 있다. 이게 어디서도 만나 볼 수 없는 이곳만의 특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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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공탄시장에 그려진 벽화에 광부들의 삶이 녹아 있다.

호텔은 잠만 자는 곳이 아닌 만큼 카페와 식당도 이용해보자. 카페 ‘수작’에서는 커피와 다양한 음료를 맛보며 이야기꽃을 피워도 좋다.
이곳에 묵는다면 마을 여행도 빼놓을 수 없다. 마을 여행은 고한파출소에서 시작해 구공탄 시장에서 끝난다. 불과 500m 거리다. 이 짧디 짧은 구간이 마을호텔 18번가이다. 그러니 마을호텔 18번가는 고한18리 마을을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인 셈이다.
골목에 자리한 들꽃사진관은 원래 슈퍼였다. 주인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빈집으로 방치 중이던 것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잠시 고향에 내려온 청년이 사진관으로 문을 열었다. 영주이발관은 16살에 머리를 감기는 것부터 이발 일을 시작했다는 60년 차 이발사가 아직도 건재하게 일을 하고 있다. 한창 잘 나갈 때는 직원만 대여섯 명이었다고 한다. 당시 사용하던 가위나 면도기는 50년이 훌쩍 넘었다. 골목에는 중식당, 한식당, 고깃집 등 식성에 따라 음식을 골라 먹을 수 있는 맛집도 여럿 있다.
골목길은 여관 골목으로 이어진다. 고한에 탄광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 광부들은 여인숙에서 생활했다. 옆방에서 들리는 소리 탓에 힘들었다지만, 그것도 잠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꿈나라로 직행했다고 한다. 광부가 떠나자 여관 골목엔 차디찬 바람이 주인행세를 하고 있다. 여관 골목 뒤로 시장 골목이 이어진다. 인구 5천 명도 안 되는 작은 폐광 마을에 50년 역사를 간직한 고한 구공탄 시장. 해발 700m에 자리한 ‘하늘 아래 첫 시장’으로 불린다. 이곳에선 예나 지금이나 연탄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 연탄불 위에서 고기가 먹음직스럽게 익어가고 연탄 모양의 빵이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또 폐연탄은 골목 한편에서 작품이 된다. 안도현 시인은 시처럼 다 타버린 연탄재도 함부로 발로 차지 말아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최소한 겨울이 혹독한 정선에서는 그렇다.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만나는 첨단재활치료 근로복지공단 정선병원

근로복지공단 정선병원은 산재근로자의 건강증진과 지역주민에 대한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에 매진하고 있는 정선지역 중심병원입니다. 정선병원은 진폐환자를 위한 특화 치료프로그램을 자랑합니다. 산소치료 외에도 폐의 손상 등으로 폐기능이 저하된 환자를 위해 폐결핵, 폐기종, 기관지염, 기흉, 흉막염 등의 합병증 치료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선병원의 24시 응급실은 정선 지역의 미비한 응급의료시설을 보완하기 위하여 2011년부터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되었으며, 정선 지역에서 유일하게 휴일 및 야간 응급진료를 실시하여 지역민들이 언제든 치료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