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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문화예술제 미술 분야 대통령상 수상자 김지숙 작가

일과 예술 사이에서 만난 뜻깊은 성취

지난 10월 2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KBS미디어센터에서 2022년 근로자문화예술제 합동 시상식이 열렸다. 올해로 43회를 맞이한 근로자문화예술제는 근로자를 위한 국내 유일의 문화예술 종합 행사로, 근로복지공단이 고용노동부, KBS와 함께 매년 공동 주최하고 있다. 올해에도 5,580명의 근로자가 참가해 예술적 재능을 마음껏 뽐냈다. 특히 미술 분야에서는 김지숙 작가의 '내 이름은 연경(戀鯨)'이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올해의 주인공이 됐다. 심사위원들은 창의성 및 표현력, 완성도 면에서 전문가 못지않은 탁월한 실력을 화풍으로 선보였다며 시상 이유를 밝혔다. 삼구아이앤씨 소속 MTS코퍼레이션에서 근무하는 김지숙 작가는 수상 후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운을 뗐다.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요. 제가 대통령상을 받게 되다니. 어떤 말로도 수상에 대한 기쁨을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수상 발표가 난 지 두 달이 지나도록, 제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 수상 축하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데요. 그 앞을 오갈 때마다 아직도 제 얘기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야기처럼 느껴져요. 제 작품보다 훌륭한 작품도 많을 텐데,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열심히 일도 하고, 작품 활동도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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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지 그녀는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피아노 학원에 가면 꾸벅꾸벅 졸던 아이가 스케치북만 들면 밤을 꼬박 새울 정도로 열정적이었다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떠올릴 뿐이다. 엄마이자 직장인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아이디어를 모아두었다가, 주말이나 연휴가 있으면 밤을 새우는 열정은 어릴 적이나 지금이나 꼭 같다. 주로 꽃을 그리기 좋아해 펜으로 다양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그는 젠탱글(선이 서로 얽혀 이뤄진 모양의 패턴을 그리는 화법)에도 관심이 많다. 사각사각 종이에 닿는 펜 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모든 잡념과 고민이 사라진다고.
이번에 수상한 작품은 '내 이름은 연경'이라는 제목으로, 김지숙 작가와 가족이 모두 좋아하는 '고래'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고래를 그리워하는 소녀, 연경은 몸과 마음이 고단한 일상으로 지쳐 있다. 그런 그가 유유히 헤엄치는 고래를 상상하고 또 다른 미래를 그리며 치유하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

"주인공인 연경처럼 저에게 있어 고래는 동경의 대상입니다. '고래'하면 많은 분이 넓은 바다를 여유롭게 헤엄치는 모습을 떠올리실 텐데요. 한 공간에서 몇 시간 동안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유로운 고래에서 영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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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된 일상 속, 나만의 이름을 찾다

매일 분주하고 반복된 일상을 보내는 김지숙 작가, 적어도 캔버스 앞에서 붓을 쥔 순간만큼은 푸른 바다를 마음껏 떠도는 고래처럼 자유롭다. 물론 일과 취미를 병행하기에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직장을 다니면서 가사를 병행하다 보면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그녀 역시 하루 꼬박 8~10시간 일을 하고 집안일을 하며, 작품 활동을 위한 자료 수집까지 하려면 몸이 두 개라도 모자를 상황. 게다가 아이들 공부에도 신경 쓰느라 정신이 없다고. 그런 그이기에 '작가'로서의 자기 자신을 증명하게 된 이번 수상이 더욱 특별하다. 어느덧 김지숙 작가가 음악을 틀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휴대전화를 손에서 내려 두고 무언가를 만들거나 공부에 집중한다고. 조용하지만 저마다 집중하는 시간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창작을 이어갈 수 있는 힘이 된다. 그래서일까? 김지숙 작가는 수상과 함께 가족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특히 남편은 제가 작업할 때마다 그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집안일을 도맡고, 아이들을 보살펴 주었습니다. 또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6학년인 제 딸들은 작품 활동의 든든한 지원군입니다.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작품에 대한 토론을 하고 아이디어도 공유합니다. 이번 작품 이름도 큰 딸이 지어줬고, 둘째 딸은 그림 디테일에 조언해준 덕분에 좋은 결과가 있었습니다."

밤을 새우며 작업하다 보니 새벽 창가에 아침이 밝아오는 장면을 자주 바라본다는 김지숙 작가.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가는 밤, 10시부터 오롯이 작업에만 열중하다 아침이 밝아오기 시작하면 커피한 잔을 들고 창가로 다가선다. 그때의 적당한 고독과 충만한 행복은 오로지 김지숙 작가 만의 온전한 몫. 더불어 이번 대통령상 수상 소식을 접한 순간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했다. 수상자 발표 명단을 보는 순간 손이 얼마나 떨리던지, '진짜?'라는 말만 수 없이 곱씹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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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꿈을 펼치는 그 날을 위해

"이번 수상작 콘셉트처럼, 작품 활동은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 일을 하면서도 내 이름을 당당하게 말하고자 하는 꿈과 희망입니다. 저의 작업은 어떤 상황과 환경에서도 아직 꿈을 꿀 수 있고, 꿈을 가질 수 있으며, 꿈을 펼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아내 혹은 엄마여도 좋지만, 오롯이 내 이름을 걸고 나만의 생각과 감정을 녹여 집중하는 그 순간이 저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기 때문이지요. 아이들에게도 당당히 '엄마처럼 사는 것도 멋지지?'라고 말할 수 있기에 더욱 의미가 크고요."

김지숙 작가는 앞으로도 회사에 다니며 변함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이번 수상을 시작으로 꾸준히 노력해 많은 이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창작하고 싶다. 퇴직 이후에도 모두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을 펼쳐내는 것이 작가로서 그가 가진 앞으로의 소망이다.

"누구나 '내 이름은 연경'이라는 그림 제목처럼, 자기의 이름을 잊지 않고 자신만의 꿈을 꾸며, 일 외에도 자기 계발로 커리어를 쌓길 바랍니다. 저 역시 이번 시상식 때 다른 분야의 수상자를 만나며 그분들의 넘치는 에너지가 참 부러웠습니다. 근로자로서 일에는 최선을 다하며, 그밖에 재능을 찾아 두 마리 토끼를 잡길 바랍니다. 모든 근로자분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