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 숨결이 머무는 도시, 아테네

리스는 아름다운 여행지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현재 살아가는 모든 방식의 기원이 된 곳이기도 하다. 기원전 5세기부터 아테네 사람들은 토론과 투표로 중요한 문제를 결정하는 민주정을 시작했으며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 통해 현대 철학의 토대가 마련되었다. 그리스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피타고라스를 통해 수학이 체계화를 이루었고 히포크라테스에 의해 의학의 기초를 세웠으며 아르키메데스로부터 물리학의 원리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 외에도 건축과 예술도 그리스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스를 여행한다는 건 오늘날의 정치, 사회, 역사, 문화의 시작점을 직접 확인하는 일이다. 우리가 오늘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그 뿌리를 찾아 경험하는 일이다.
그리스 여행의 시작은 아테네로부터 비롯된다. 도시 어디를 걸어도 2,500년의 역사가 살아 숨 쉰다. 가장 먼저 향할 곳은 당연히 아크로폴리스다. 아크로폴리스는 그리스어로 ‘높다’는 뜻의 ‘아크로’와 ‘도시’를 뜻하는 ‘폴리스’가 결합된 단어다. 즉 ‘높은 도시’라는 의미. 고대 그리스는 도시 국가, 다시 말해 폴리스 형태로 운영되었다. 이러한 폴리스는 그리스 본토에 100개가 넘었으며 식민지까지 합하면 1,000여 개가 되었다고 한다. 독립된 사회를 구축하고 있는 폴리스는 일관된 구조를 띠고 있었다. 한가운데는 아크로폴리스라는 성채가 있었고 그 아래에는 시민들이 한데 모이는 아고라라는 광장이 있었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는 높은 도시이자 인간의 접근이 어려운 곳이었다. 높은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입구는 단 한 군데 ‘프로필라이아’가 유일했다.
이곳은 아크로폴리스로 들어가는 웅장한 관문 역할을 담당하며 세속의 영역과 신성한 영역을 구분하는 분기점이었다. 아테네 사람들은 아무 때나 이곳을 드나들 수는 없었다. 종교적인 의식이 있을 때만, 그것도 중앙의 문이 아닌 양옆의 좁은 문을 통해서만 다닐 수 있었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의 백미는 파르테논 신전이다. 이 도시의 수호신이자 지혜의 여신인 아테네를 위한 신전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1호로 꼽힌다. 파르테논 신전은 페르시아와의 전쟁 후 아테네의 건재함을 보여주기 위해 기원전 447년에 건축을 시작해 438년에 완공했다. 인간의 눈에 가장 아름답게 보인다는 황금비율을 적용해 건축했으며 지금까지도 가장 아름다운 신전으로 칭송받고 있다.
파르테논 신전은 착시로 인한 부자연스러움을 해결하기 위해 기둥의 굵기는 물론 기둥 사이의 간격에도 차이를 두어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완벽한 비례를 자랑한다. 인간의 감각에 수학을 결합해 최고의 아름다움을 완성한 것이다. 한낮에는 태양 아래 눈부시게 빛나고 해 질 녘이면 황금빛으로 물들어 한 번 보면 잊히지 않는다. 바로 그 순간 오랜 시간의 간극을 뛰어넘어 과거와 현재가 하나 되는 놀라운 마법이 열린다.
에렉테이온 신전도 빼놓을 수 없다. 에렉테우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아테네를 최초로 세운 왕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에렉테이온 신전은 바로 이 에렉테우스를 위한 곳이자 아테네와 포세이돈을 기리는 곳이다. 사실 에렉테이온 신전은 아테네와 포세이돈이 수호신 자리를 놓고 벌인 경쟁의 장소라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포세이돈은 바위를 쳐서 바닷물을 솟구치게 했고 아테네는 올리브 나무를 심었는데 이 경쟁에서 사람들이 아테네를 선택함으로써 도시 이름도 아테네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신화적 사건도 흥미진진하지만 에렉테이온 신전 한 켠에 위치한 여섯 명의 여성 조각상도 눈길을 끄는 요소다. 조각상의 섬세한 표정은 물론 파르테논 신전의 대칭적 위엄과는 다른 비정형적 구조가 독특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다.아크로폴리스 언덕에서 내려다보면 현대의 아테네가 한눈에 펼쳐진다. 고대의 신전과 현대의 빌딩이 어우러져 아테네는 과거의 유적이 아니라 지금도 이곳에서 여전히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유산임을 증명한다.

예술과 철학의 길 위에서, 아테네

아테네 곳곳은 예술과 철학이 깃들어 있다. 신의 언덕인 아크로폴리스를 뒤로하고 내려오면 디오니소스 극장을 만날 수 있다. 포도주의 신이자 연극의 신인 디오니소스를 위한 세계 최초의 극장으로 당시에는 1만 7,000여 명을 수용할 만큼 큰 규모였다. 지금은 훼손이 많이 되어 있지만 객석에 앉아 조용히 주변을 둘러보면 아주 오래전이곳 무대에서 연극이 상영되고 많은 이들이 울고 웃으며 호응하던 감동과 감격이 마치 어제의 일처럼 밀려오는 듯하다.현지인들에게 이로디온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헤로데스 아티쿠스 음악당도 고대 사람들의 예술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기원후 161년 당시 고위 관리였던 헤로데스 아티쿠스가 죽은 아내를 애도하기 위해 지은 건축물이다. 가파른 경사지를 반원형 구조로 설계한 이 공연장은 5,000명 규모로 별다른 음향 시스템이 없음에도 위쪽의 좌석까지 무대 소리가 다 들린다. 과거의 어마어마한 건축 기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지금까지도 이곳에서 공연이 열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디오니소스 극장 Theatre of Dionysus
주소 Dionysiou Areopagitou Street, Athens 105 58, Greece
이용 시간 8시~오후 6시

헤로데스 아티쿠스 극장 Odeon of Herodes Atticus
주소 Dionysiou Areopagitou Street, Athens 105 55, Greece

고대 아테네 사람들은 아고라에 모여 정치와 종교, 문화와 철학을 논했다. 이곳은 소크라테스나 플라톤과 같은 지식인들이 실제 교류하며 활동했던 장소다. 지금은 건축물의 대부분이 무너지고 흔적만 남아 있지만 아고라를 거닐다 보면 치열하게 논쟁하고 토론했던 고대 아테네 사람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것 같다. “왜?”라는 질문을 통해 세상에 대한 궁금증을 하나하나 풀어가며 지식을 더하고 교양을 쌓았던 당시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아테네 중심가로 걸음을 옮기면 나무 그늘 아래 고요한 공간이 나타난다. 리케이온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자들과 함께 산책하며 토론을 나누던 곳이다. 철학자들은 걷는 행위 자체를 생각하는 방법이라 여겨 길을 걸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남겨진 유적 사이로 고대의 깊은 사유가 깃들어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의 발길을 붙든다.

아고라 Ancient Agora of Athens
주소 Adrianou 24, Athens 105 55, Greece

리케이온 Aristotle’s Lyceum
주소 Rigillis 11, Athina 106 75, Greece

기억과 시간을 품은 섬, 산토리니

그리스는 풍경 그 자체만으로도 특별함이 있다. 지중해의 햇살은 유난히 더 환하고 지중해의 바다는 유난히 더 선명하다. 사진이 실제 풍경을 채 담아내지 못한다는 곳이 바로 그리스다. 산토리니는 그리스의 아름다움을 응축한 곳으로 꼽힌다. 하얀 집들이 절벽을 따라 이어지며 바다와 하늘이 하나로 만나는 곳. 산토리니의 풍경은 완벽하다는 말로는 부족해 보인다. 그런데 이 아름다움은 거대한 화산 폭발의 결과다. 수천 년 전 거대한 화산 폭발로 칼데라 지형이 형성되었고, 이곳 사람들은 로마와 비잔틴, 오스만 등 여러 나라의 지배와 전쟁 속에서도 마을을 꾸리며 강인한 삶을 이어왔다. 햇빛을 반사하기 위해 벽을 희게 칠하고 바람을 피하기 위해 둥근 지붕을 얹어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온 것이다. 또한 화산 토양에서도 포도를 키워 와인을 빚고 화산재 속에서도 토마토와 가지를 길러냈다. 절벽 위에 펼쳐진 동화 속 마을은 단지 자연이 준 선물이 아니다. 척박한 환경을 딛고 일어선 강인한 노력의 결과다. 산토리니에선 굳이 무엇을 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골목 골목을 걷다가 풍경이 예쁜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시간에 따라 변주되는 바다 빛깔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연한 파랑에서 진한 청록으로 다시 짙은 파랑으로 바뀌는 과정을 감상하면 된다.

체스키 크룸로프 Cesky Krumlov

그러다가 태양이 수평선 아래로 서서히 잠기면 하늘은 금빛에서 분홍빛으로 바뀌고 그 빛에 온 마을이 황홀하게 물드는 것을 그저 담담히 지켜보면 된다. 그렇게 빛이 머무는 것을,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한참 동안 바라보며 자신을 돌아보고 인생을 돌아보는 것이다. 산토리니 섬 남쪽의 아크로티리 유적은 산토리니의 또 다른 얼굴이다. 수천 년 전 화산 폭발로 인해 순식간에 묻힌 미노아 문명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이 아크로티리 유적은 1967년부터 발굴되어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고 있는데 당시 사람들이 살았던 집과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상하수도 시설부터 계단과 창문이 그대로 남겨져 있다.
그리스를 여행한다는 건 단지 즐기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많이 상상하고 예상하고 짐작하며 아주 오래 전의 시간으로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다. 묵직한 울림으로 긴 여운이 오래가는 여행을 즐겨보고 싶다면 그리스로 떠나보자.

체스키 크룸로프 Cesky Kruml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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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에서 꼭 맛봐야 하는 음식
무사카

가지, 감자, 고기 등을 층층이 쌓아 만든 요리다. 재료들이 모두 준비되면 마지막에 베샤멜 소스를 부어 오븐에서 구우면 완성된다. 풍부하고도 진한 맛이 특징이다.

슈블리카

흑맥주의 대표 격인 기네스와 양대 산맥을 이룬다. 체코 동부의 모라비아 지역에서 생산되며 달콤하고 순하다.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차지키

다양한 그리스 요리에 활용되는 대표적인 요구르트 소스. 주로 그릭 요거트에 오이, 마늘, 올리브오일, 허브와 향신료를 섞어서 만든다.

돌마데스

포도잎에 다진 고기나 쌀, 채소 등을 돌돌 말아서 먹는 지중해의 쌈밥 요리. 샐러드 위에 올려 먹기도 하고 차지키와 곁들여 먹기도 한다.

스파나코피타

페이스트리 반죽을 층층이 쌓아 올린 필로에 시금치와 달걀, 페타 치즈로 속을 채워 만든 고소하고 담백한 그리스식 전통 파이다.

그리스에서 꼭 사야 하는 선물
올리브오일

그리스는 세계 올리브오일 생산국 중 3위를 차지하며 고품질의 올리브오일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천연 해면

에게해에서 채취한 천연 해면은 자극이 덜하고 촉감이 부드러워 민감한 피부에도 적합하다. 얼굴과 몸 모두 사용 가능하다.

천연 꿀

그리스는 지중해성 기후로 양봉 산업이 발달했고 품질이 좋아 항균 작용, 항산화 작용도 탁월하다.

빈산토 와인

산토리니에서 생산되는 달콤하고 깊은 맛의 와인.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워서 특별한 선물로 손색이 없다.

전통술 우조

40도가 넘는 독주로 물에 희석해서 마시면 뿌옇게 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감초향과 단맛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