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한지원 과장, 김송이 PD, 김여나 작가
(촬영 장소 협찬: 시연갤러리 송숙경 관장)
동화로 펼쳐낸 제2의 인생
작가가 되기 전까지, 20년 동안 꼬박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김여나 작가에게 가장 먼저 따라붙는 꼬리표는 ‘엄마’였다. 식당에서 유치원, 원자력발전소 산하 기관을 거쳐, 르노삼성자동차 정비센터까지. 집과 일터를 오가느라 친구 사귈 틈도 없던 시절, 털어놓을 곳 없던 마음을 둘 곳이 일기뿐이었다고 김여나 작가는 말했다.
김여나 작가 지금은 스물아홉인 첫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솔직한 내 마음을 털어놓고 싶기도 했고, 아이들에게 미처 들려주지 못한 이야기가 많았거든요. 1년이 되니 양이 제법 많아져서 책으로 냈는데, 그렇게 10년을 쓰다보니 10권의 책이 되더라고요. 생각해보면 그렇게 글쓰기의 길로 접어들었던 것 같아요.
일기를 쓰며 글쓰기가 손에 익으니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짓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회사를 다니며 매주 목요일 저녁 회사를 마치고 왕복 두 시간 거리의 글나라 동화 창작교실 김재원 스승의 수업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2015년 9월, 동화를 배우기 시작해 꼬박 1년 60편의 습작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그의 삶에서 이토록 가슴 벅찬 열정의 순간이 또 있었을까? 이듬해 2016년 김여나 작가는 동화 〈뻐꾸기 가족〉으로 근로자 문화예술제 문학부문에 입선했다.
김여나 작가 수상 후 지금도 생업을 이어가며 동화작가이자 해양작가, 그림책 큐레이터이자 만다라 화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요. 근로자 문화예술제 수상이 저에게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준 셈이죠. 계속 글쓰기에 매진해 2018년에 동화작가로 등단했고, 이후 4년 동안은 기장군의 해녀 이야기를 쓰며 지냈습니다. 〈나는 해녀입니다〉를 비롯해 다양한 책을 출간했고요. 2013년 1월, 한 달 동안 〈바다에서 피어난 연꽃 만다라〉 개인전을 열었어요. 작가와 생업 모두 소홀히 할 수 없어 바쁜 나날이지만 제 삶의 주인이 비로소 ‘나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일하는 사람을 위한 무대, 근로자 예술제
수상을 통해 김여나 작가와 인연의 물꼬를 튼 KBS미디어 문화사업부 김송이 PD는 이처럼 근로자 문화예술제를 통해 꿈을 이루는 이들의 모습을 곁에서 볼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송이 PD 근로자 문화예술제는 권위적인 시상식이 아닌 모두가 함께 즐기는 축제입니다. KBS미디어역시 그분들이 꿈을 실현하는 순간이 빛날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함께 서로를 축하하는 축제의 자리가 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무대가 근로자들에게는 고단한 하루를 보낸 뒤 온전히 자기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창구라는 생각이 들어요. 매년 진행되는 행사이지만 더 신중하게, 공들여 준비하는 이유이자 원동력입니다.
수상 후 지금도 생업을 이어가며 동화작가이자 해양작가, 그림책 큐레이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요.
근로자예술제 수상이 저에게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준 셈이죠.
올해도 근로자 문화예술제가 가요제를 시작으로 긴 항해의 닻을 올렸다.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성별이나 나이, 직업에 관계없이 미술과 음악, 문학, 영상, 사진, 연극 등 다양한 꿈을 펼칠 수 있는 무대가 펼쳐진다. 공정한 심사를 위해 2021년부터는 모든 분야에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국민참여심사’도 운영하고 있다. 복지연금국 복지계획부 한지원 과장은 2023년에는 특히 문화 트렌드를 반영해 근로자 영상제가 추가되는 등 더욱 풍성한 축제가 될 것이라 귀띔했다.
한지원 과장 저도 한 사람의 근로자지만 일을 하며 마음의 여유나 시간 등, 이런저런 이유로 꿈을 미뤄두고 지내고 있어요. 그런데 각자 저마다의 환경 속에서 꿈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 도전하는 예술인 근로자 여러분을 보면 존경스럽고, 동기 부여도 생겨납니다. 김여나 작가님처럼 수상 후에도 꾸준히 작품활동에 매진하는 분들을 보며 저희 근로자 문화예술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새삼 생각하게 되고요.
김여나 작가 제가 수상했던 2016년에는 수상자에게 캄보디아 연수 기회가 주어졌어요. 당시 캄보디아에 빈민촌에서 흙탕물에 버려져 있던 몽당연필을 주웠던 기억이 나요. 연필 한 자루도 여의치 않던 아이들의 모습이 마음에 오래 남았죠. 처음에는 온전히 나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글을 썼어요. 쓰면 쓸수록 어린 시절의 내 이야기를 담게 되더라고요. 작가가 된 이후에는 세상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글을 쓰려고 해요. 읽는 이의 내면에 담긴 그늘까지 햇살을 드리우는 이야기요. 물먹은 솜 같은 마음에 햇볕을 쬐어주고 나풀나풀하게 만드는 일. 근로자 문화예술제가 찾아준 작가로서의 제 소명입니다.
수상 그 이후, 지속가능한 무대를 꿈꾸다
김여나 작가는 2023년에도 꾸준히 작가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바닷가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동화책과 반려동물과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을 준비 중이다. 출간 후에는 네 살 배기 손녀와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자 한다. 김여나 작가는 다시 시작될 근로자 문화예술제에 앞서 격려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김여나 작가 꿈은 절실해야 이룰 수 있다고 믿어요. 일을 하며 예술 활동을 이어가는 분들이라면 그 절실함을 누구보다 깊게 느끼겠죠. 꿈을 향한 마음이 간절해야 필사적으로 움직이니까요. 밥벌이를 잘하며 꿈을 이룰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도전하시기 바랍니다. 꿈은 나로 살아가는 길이자, 잊고 살았던 나를 찾아가는 마중물이니까요.
한지원 과장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기회가 온다고 생각합니다. 근로자 문화예술제가 근로자 여러분이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힘찬 첫걸음을 응원하겠습니다. 많은 신청 부탁드립니다.
김송이 PD 근로자 문화예술제는 매년 더 공정한 심사 방법과 열린 접근을 고민하며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도록 진화하고 있습니다. 일상의 쳇바퀴 안에서 한 발을 떼고 나오는 일은 비록 많이 힘들지만, 한 발자국만 용기 내 보세요. 그 길에 잠시나마 동행하며 여러분의 꿈을 응원하는 저희가 있으니까요.
어쩌면 이 무대가 근로자들에게는 고단한 하루를 보낸 뒤 온전히 자기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창구라는 생각이 들어요. 무엇보다 함께 서로를 축하하는 축제의 자리가 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