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차가운 겨울바람이 쌀쌀하게 불어오는 어느 날. 토요일 이른 아침부터, 울산 태화강 국가공원 일대가 기분 좋은 북적임으로 가득하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가벼운 차림으로 몸을 푸는 사람들 가운데 출전의 긴장과 설렘으로 가득했던 근로복지공단 직원들을 만났다.

글. 박채림 사진. 김지원

  • *해당 기사는 코로나19 방역 수칙 준수 하에 안전하게 촬영하였습니다.

함께 달리고, 행복을 나누다

지난 11월 13일, 태화강 국가정원에서 열린 2021 태화강국제마라톤대회에 2,000여 명의 마라토너들이 모였다. 국가대표부터 아마추어까지, 다양한 선수가 모인 이번 경기는 코로나19 이후 처음 열린 경기인 만큼 철저한 방역과 함께 진행됐다. 그리고 제법 쌀쌀한 날씨에 이른 주말 아침부터 몸을 푸는 사람들 가운데, 당당히 출사표를 던진 근로복지공단 직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I 최민진 대리 I 저는 오늘 마라톤 참여가 처음입니다. 그래서 5km에 도전했어요. 매주 목요일 저희 공단 마라톤 동호회에 꾸준히 참여하며 훈련했는데 부디 무사히 완주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보험적용국 납부지원부 최민진 대리와 김해인 주임, 퇴직연금운영부 김윤호 대리, 보상계획부 오지혜 대리는 오늘 5km 코스에 첫 출전했다. 풀코스에 비하면 짧은 거리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달리는 대규모 마라톤은 처음인 만큼 기록과 안전 모두에 신경써야 한다. 선수들의 얼굴에 기대감과 동시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근로복지공단 마라톤 동호회 회장을 맡은 납부지원부 조영호 과장이 먼저 나서 스트레칭을 함께하며 부원들의 분위기를 푼다. 오늘 풀코스 완주에 도전하는 신호균 부장도 공단 마라톤 동호회의 든든한 버팀목.

I 조영호 과장 I 저는 오늘 20km 코스에 도전하는데요. 얼마 전 개인 훈련 중 발목 인대 부상을 당했습니다. 대회 참가를 위해 회복에 힘썼지만 아직 다 낫지 않은 상황이라 걱정이 커요. 일단 완주에만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15년 전 하프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 감사부 정강모 팀장을 비롯해 첫 출전인 납부지원부 박정은 팀장과 양준모, 이경범, 이소정 대리, 산재보상프로세스개선추진TF팀 조우주 대리는 10km 코스에 도전했다. 물한 잔을 나눠 마시며 서로를 독려하는 사이, 화려한 축포소리와 함께 풀코스, 20km, 10km, 5km 순으로 선수들이 출발하기 시작했다.

뛰면 뛸수록 가슴 벅찬 추억을 만들다

출발의 즐거움도 잠시, 마라톤의 고난은 곧바로 찾아왔다. 아무리 짧은 코스라도 5km 이상의 코스를 쉬지 않고 달리는 일은 초심자에게도 힘들게 마련.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에 땀방울이 선수들의 이마로 쏟아졌다. 주변 사람들과 적절한 간격을 유지하는 것도 위드코로나 이후 처음 열린 마라톤 경기의 규칙 중 하나. 한 시간이 넘는 질주 끝에 5km와 10km 종목 참여자들이 속속 결승선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I 박정은 팀장 I 저도 오늘 처음으로 마라톤에 도전했어요. 매주 가상 마라톤을 실시하면서 페이스 조절을 연습했고 홈트레이닝으로 근력 운동도 꾸준히 했죠. 아무래도 마라톤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보니 업무를 마치고 야간에만 연습하다, 막상 낮에 햇볕 아래서 달리니 조금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게 격려하고 도와준 분들이 많아 무사히 완주해낼 수 있었습니다.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히고 지친 숨을 고르느라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선수들은 힘든 과정에 대한 생각보다는 완주의 기쁨이 더 큰 모양이다. 완주 메달을 받는 표정에서 웃음꽃이 활짝 핀다. 쉬는 것도 잠시, 누구 한 명도 쉬지 않고 결승선에 도착하는 다음 선수를 맞이하기 위해 달려나가는 모습에서 훈훈한 동료애도 엿볼 수 있었다.

I 양준모 과장 I 사실 한 시간을 넘게 아무 생각없이 달린다는 것이 무의미해 보였지만 달리고 나니 그 이유를 이제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내년에는 체력을 보강해 하프 마라톤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부상에도 불구하고 조영호 과장도 무사히 완주를 마쳤다. 중간중간 걷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꾹 참고 한 발 한 발 나아간 끝에 완주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고. 모든 선수들이 속속 들어오는 가운데, 마라톤 경기가 시작한지 두 시간이 훌쩍 넘어가기 시작했다. 이제 풀코스 선수들이 들어올 차례. 한참이나 조용하던 결승선에 이윽고 풀코스 완주를 마친 선수들이 입장하기 시작했다.

I 신호균 부장 I 그동안 기회가 있으면 꾸준히 마라톤 대회에 참여해왔습니다. 올해는 치골결합부위 통증으로 연습도 제대로 못했는데, 날씨도 좋고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할 수 있어 다행히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이 있기까지 동호회를 잘 이끌어준 조영호 과장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더불어 코로나19로 직원간 소통과 만남의 자리가 많지 않지만 주어진 여건에서도 마라톤 훈련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직원들도 칭찬하고 싶습니다. 내년에도 부상 없이 새로운 대회에 참여해보고 싶네요.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열세 명 모두 완주를 끝낸 근로복지공단 마라톤 대회 동호회 회원들. 환한 웃음과 뿌듯한 마음으로 기념사진을 남기며 오늘의 대회가 마무리됐다. 대회가 끝난 이후에는 맛있는 점심을 함께 나누며 즐거운 오후를 보냈다는 후문. 혼자 달리면 때론 쓸쓸하지만, 함께 달리면 결코 외롭지 않다. 포기하고 싶은 날에는 서로의 손을 끌어주고 숨이 턱 끝까지 차 올랐을 때는 격려하고 응원할 수 있다는 동료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언가 도전해볼 이유가 된다. 해내고 난 후의 뿌듯한 성취감과 자신감은 덤. 근로복지공단 마라톤 동호회의 앞으로의 행보에 완주의 꽃길이 이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