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에서 근무하는 31년, 최숙현 부장은 늘 자기 자신보다는 ‘모두의 행복’을 고민하는 리더다. 간호사에서 노동조합 위원장으로, 끊임없이 더 나은 일터를 그리고 있다는
순천병원 재활지원부 최숙현 부장을 만났다.

글. 박채림 사진.이승헌

‘다 함께 더 멀리’ 가기 위한 시작

어느 조직이든 타고난 열정이 조금은 더 뜨거운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늘 뒤처진 누군가의 발걸음을 세심하게 살피는 사람. 순천병원 재활지원부 최숙현 부장이 그렇다. 1990년 입사해 순천병원과 인천병원에서 간호사로 외래와 병동, 건강관리센터 등 환자의 곁을 지키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성격 덕분일까? 지금도 병원 곳곳을 누비는 그를 사람들은 좀처럼 그냥 지나치는 법이없다.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소소한 안부를 두루 살피는 매일은 최숙현 부장의 타고난 열정과 활달한 성격 덕분이다. 그는 공단에 입사한 후 31년 중 15년을 노동조합 지부장, 수석 부위원장, 위원장을 역임해왔다. 함께 일하는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서도 일했지만, 그만큼 공단을 둘러싼 산재환자의 권익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재활 특진이나 업무 관련성 특진, 장해 전문 진단 등의 정책사업은 노조위원장 시절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TF팀을 함께 구성하여 만들어냈기에 개인적으로 애정이 가는 사업이기도 하다.

“워낙 주변을 챙기는 걸 좋아해요. 누군가에게는 오지랖이겠지만, 힘이 들 때 그 말을 들어주는 단 한 명의 동료만 있어도 이겨낼 힘이 생긴다고 믿기 때문이죠. 근로복지공단에 입사한 것도 누군가를 위해 일할 수 있다는 사명 때문이었습니다. 입사 후 산재근로자의 곁을 지키며 세상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 덕분에 무척 뿌듯했어요. 그러다 선배로부터 노동조합에서 더 많은 동료를 위해서 일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죠. 처음엔 고민이 많았어요. 하지만 누군가를 위해서 나설 수 있다면 그 또한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직 걸음마를 떼지 않은 아이를 두고 전국을 오가며 노조활동을 하던 모든 날들이 생생하다고 최숙현 부장은 말했다. 산재의료원에서 근로복지공단이 되기까지, 조직이 통합하고 노동계의 다양한 변화를 일선에서 맞이하며 때로는 함께 일하는 동료의 목소리를 대변했고, 더 나은 일터를 고민하며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도 했다.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타고난 기질이 아니었다면 견뎌내기 어려운 날들도 많았다. 물론, 조직과 동료를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이 더 컸다.

“근로복지공사에서 한국산재의료관리원으로, 다시 근로복지공단으로 통합하기까지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2004년 주 5일제 도입을 위해 치열하게 협상하던 날들이 기억에 남네요. 과연 이 제도가 자리 잡을 수 있을지 모두가 반신반의하던 시절이었죠. 며칠 밤을 새우며 협상을 이어간 끝에 주 5일제를 쟁취할 수 있었습니다. 또 2010년 근로복지공단과 한국산재의료원이 하나로 통합하던 시기도 기억에 남고요.”

모든 노동자를 위해 함께 걷다

두 기관의 통합 앞에서 동료 노동자들의 불안을 잠재우고 사측과 협상하며 최숙현 부장은 경청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현재는 도입 시기부터 관심을 갖고 함께 준비했던 산재 관련 정책 사업을 순천병원 재활지원부에서 직접 실무로 이어가고 있다. 환자의 곁에서 시작한 경험을 동료 노동자를 위해 최전선에서 나누고, 이를 바탕으로 일궈낸 정책을 다시 실무로 가져와 산재환자에게 돌려주기 시작한 것이다. 재활지원부장으로서 부서 간의 화합을 도모하는 일 역시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업무 중 하나다.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동료들이기에, 부서원의 갈등이 있으면 행복한 직장 생활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각자 맡은 업무는 프로의 자세로 임하고, 직원들 간의 관계에서는 서로 이해하며 협력하는 일. 업무의 시너지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한다고 최숙현 부장은 생각한다. 물론 이렇게 수많은 책임감을 품기 위해서는 가족의 든든한 지원도 훌륭한 밑거름이 되어주었다. 노조 활동을 하느라 일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때도, ‘이순신 장군’처럼 훌륭한 엄마라며 아낌없이 믿음을 보내준 두 아들은 최숙현 부장에게 지금도 참 고마운 존재. 더불어 늘 뒤에서 응원해준 친정 부모님과 가족, 좋은 동료들 그리고 노동조합 활동을 함께 했던 동지들까지 수많은 이들 이 그의 곁을 지키고 있다.

“재활지원부의 업무는 산재환자들의 권익 그리고 만족도와 직결되는 서비스가 많아, 모든 부분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최근 가장 큰 관심사입니다. 특히 업무관련성 특별 진찰 처리 기간이 짧아 부서원이 업무 과중이나 부담에 짓눌리지 않도록 관리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현재 담당하고 있는 사업들이 내년에는 체계를 잘 잡고 뿌리내릴 수 있도록 기반을 다잡는 데도 신경쓰고 있고요. 앞으로도 지사와 병원이 유기적 업무체계를 재정립하여, 산재환자에게 보다 질 좋은 재활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길 바랍니다.”

개인적인 꿈을 묻는 질문에 최숙현 부장은 항상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한다. 한 가지 목표에 집중하기보다는 오늘의 다양한 고민과 질문을 함께 고민하고 큰 그림으로 바라보겠다는 의미다. 그리하여 먼 훗날 함께 일하기 참 좋은 동료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그는 덧붙였다.

“마음이든 물질이든, 내 마음을 먼저 내어주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없습니다. 부서장이지만 부서원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함께하며 모두가 편한 마음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아프리카 속담 중 ‘혼자 가면 빨리 가고, 함께 가면 멀리간다’라는 말이 있다. 함께 걷는 모든 이의 발걸음을 살피는 최숙현 부장의 마음이 있어 일터는 조금 행복해질 수 있었다. 모두에게 행복한 내일을 만드는 그의 행보에 따뜻한 애정과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