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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찬바람에 간절곶 바다가 더욱 푸르게 빛나던 어느 평일 아침, 편한 티셔츠 차림의 강순희 이사장과 근로복지공단 대표 MZ세대 3인방이 모였다. 구슬땀을 흘리면서도 연일 웃음꽃을 피우며 격의 없는 소통으로 가득했던 그날의 기록.

글. 박채림 사진. 김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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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곶에 모인 ‘줍깅’ 원정대

여름 휴가철과 추석 연휴까지, 관광의 발길이 잦은 시기를 갓 지난 울산 간절곶의 아침. 동해안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는 이곳에 이른 아침부터 쓰레기봉투와 집게를 든 네 사람이 집결했다. 오늘 모임의 목표는 연휴 기간이 끝나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이곳을 ‘줍깅’으로 깨끗이 만들기. ‘줍깅’이란 ‘줍다’와 ‘조깅’의 합성어로,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친환경 운동을 말한다. 활동에 앞서 오늘 총무를 맡은 전략기획부 조직문화팀 정수연 대리에게 단체복을 건네 받은 강순희 이사장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커다랗게 쓰인 ‘막냉이’라는 문구 때문이다. 오늘 줍깅은 근로복지공단 인재개발원이 올해 처음으로 시도한 소통교육 프로그램 ‘리버스 멘토링’이다.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는 기존의 멘토링의 반대 개념인 리버스 멘토링 취지에 걸맞게 오늘은 가장 선배인 강순희 이사장이 막내가 되어 후배 직원의 목소리를 경청할 계획이다. 리버스 멘토링 프로그램 담당자는 수직문화가 강하다는 공공기관의 편견을 깨고, 과감한 소통으로 역동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오늘의 자리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I 리버스 멘토링 담당자 I 직원의 역량을 믿고 시작한 리버스 멘토링이 좋은 반응을 얻어 무척 뿌듯합니다. 앞으로도 리버스 멘토링을 시작으로 소통이 일상인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들을 이어가려고요. 리버스 멘토링에 참여한 직원과 소통 전문가와 함께하는 ‘HOT OR HIP’한 소통콘서트를 기획하고 있어요.

I 강순희 이사장 I 처음부터 리버스 멘토링에 대한 기대감이 컸습니다. 저의 멘토가 누구일까? 기대되고 설렜죠. 또 우리 공단을 이끄는 젊은 세대의 생각과 최신 트렌드가 궁금했습니다. ‘업무뿐 아니라 그들이 지금 즐기고 고민하고 있는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도 있었고요.

과연 ‘대선배 앞에서 편하게 프로그램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잠시, 가장 막내이지만 오늘만큼은 대장을 맡은 복지연금국 퇴직연금계획부 김미리 주임이 쓰레기봉투를 들고 씩씩하게 앞장선다. 부대장을 맡은 일자리안정심사부 유주영 주임도 뒤를 따랐다.

I 정수연 대리 I 주변 과장님들께서 이번 리버스 멘토링에 참가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하셨어요. 그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사장님과 여러 대화를 나눠볼 수 있는 기회는 이번이 유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며 가며 인사를 나누거나 간단한 보고를 해본 적은 있어도 한 번도 긴 대화를 나눈 적은 없어서 이사장님의 인간적인 면모가 궁금했거든요. 그래서 각기 다른 부서에서 막내인 멘토를 모아 이렇게 팀을 결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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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구조 그리기, 서로의 고민을 함께 나누다

I 정수연 대리 I 리버스 멘토링 활동 예시 쓰인 ‘줍깅’이라는 문구를 보고 바로 참여를 결정했어요. 팀원 모두 걷기를 좋아하기도 하고, 환경을 정화하는 일에 참여할 수도 있으니까요. 평소에도 해보고 싶던 활동이라 준비하는 동안 정말 즐거웠습니다. 또 리버스 멘토링이라는 취지를 살리고 싶어 ‘MZ는 무슨 생각을 할까’라는 액티비티도 준비했습니다. ‘뇌 구조 그리기’를 활용해 서로 관심사나 걱정거리를 공유하는 시간이죠.

손으로는 쉴 틈 없이 쓰레기를 주우면서도 네 사람은 최근 업무에 관한 고민부터 회사 밖 일상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관심사에 관한 이야기가 한창이다. 강순희 이사장은 최근의 고민으로 의미 있는 삶에 대해 생각하고 계속해서 그 답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를 건넸다. 후배에게 목소리를 듣는 리버스 멘토링의 취지에 맞게 이야기를 주도해나가기 보다는 경청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꺼내는 모습에, 김미리 주임은 자신도 인생의 방향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를 갖게 되었다는 피드백을 남겼다.

I 김미리 주임 I 처음에는 ‘이사장님의 생각도 듣고 MZ세대의 생각과 저희가 처한 현실도 말씀드리면서 생각 차이를 좁혀보자!’는 목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생각 차이라고 할 게 뚜렷이 없더라고요. 이사장님이 너무 혁신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계신 걸까요? 세대가 어떻든 간에 한 사람으로서 삶에서 중요하다고 여기는 건 다 똑같다는 사실을 느꼈어요. 또 좋은 사람들끼리 만나 대화를 나누니 나이의 장벽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시간 가는 줄 모르는 하루였습니다.

I 강순희 이사장 I 오늘 멘토링을 통해 젊은 직원들의 생각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멘토님들과 얘기를 해보니 각자 가진 고민이 나와 많이 다르지 않았어요. ‘혹시 우리가 서로 지레 겁먹은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이 순간 나와 함께하는 사람부터 존중하자’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하루의 매 순간이 특별했습니다. 아마 코로나19로 다들 각자가 가장 외롭고 힘든 일상을 보내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렇고요. 이 시기에 함께해 준 우리 멘토님들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I 유주영 주임 I 오늘 리버스 멘토링을 통해 많은 대화를 나누고 줍깅에서부터 뇌 구조 그리기 등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하면서 멘토와 멘티의 생각과 가치관을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편견을 가지고 나이나 세대를 기준으로 너무 쉽게 사람을 판단하기보다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대화를 통해 소통하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느낀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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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열고 세대의 벽 너머 서로를 보다

근로복지공단이라는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일까? 서로 가진 고민과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오늘의 가장 큰 수확이라고 네 사람은 입을 모았다. 어쩌면 세대 간의 벽은 서로 다를 거라는 혼자만의 생각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마음을 터놓고 얘기해 보면 답은 오히려 가까운 곳에 있다.
멀게만 느껴지는 선배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해왔다는 사실이 오늘의 멘토에겐 큰 용기이자 동기 부여가 되었다. 많은 업무로 다소 지쳤던 정수연 대리는 이번 활동에서 얻은 활력으로 연말까지 계획한 업무를 후회 없이 마무리 짓겠다고 다짐했다. 김미리 주임 역시 완벽한 워라밸을 꿈꾸며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할 계획. 유주영 주임은 공단이 추구하는 방향성에 맞게 소통하며, 더욱 전문성을 갖춰 일하는 인재가 되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강순희 이사장 역시 오늘의 경험이 MZ세대와의 소통을 통해 세대 간의 벽을 허물고 더욱 열린 조직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토대가 되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I 강순희 이사장 I 우리가 함께 국민들로부터 환영받는 노동복지 허브의 기틀을 만들어 갑시다. 이건 조직의 힘으로만 할 수 없겠죠? 직원의 의견을 수용하고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열린 조직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여러분이 함께해 주세요. 자주 얼굴을 마주하면 협업의 효율이 더욱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합니다. 오늘 여기 함께한 우리처럼 말이죠. 얼굴을 마주하면 서로 간 신뢰는 돈독해지고, 협업으로 이어져 우리가 원하는 통(通)하는 조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저도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더 많이 만들겠습니다.

X세대에서 MZ세대까지, 젊은 세대를 부르는 명칭은 늘 새롭게 생겨난다. 바꾸어 말하면 오늘의 선배들 또한 ‘요즘 애들’의 시기를 한 번쯤 겪어봤다는 의미다. 새로움을 추구하며 도전하는 본능은 모두에게 깃든 공통점이 아닐까? 임직원 저마다의 열정 그리고 업무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으로 함께 공단의 밝은 미래를 그려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