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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릴 때부터 벼락치기 대장이었습니다. 할 일이 생기면 머릿속에서 시간 계산을 하며 조금이라도 미룰 핑계를 만들어내지요. 결국 나중에 한꺼번에 해치우느라 밤을 새우곤 합니다. 시험공부에서 시작한 미루기가 습관이 되어 이제는 업무도 잘 미루는 직장인이 되었습니다. 어찌어찌 잘 때우며 살아왔지만, 이런 제가 너무 답답하게 느껴져요.

글. 김선미 직장생활칼럼니스트 그림. 최지예

자꾸만 미루는 습관, 게으름이 아니라 불안장애?

우리는 습관처럼 닥친 일을 미루곤 합니다. 몸이 피곤하기도 하고, 다른 즐거운 일을 먼저 하고 싶을 때도 있지요. 미루는 습관은 우리의 삶 곳곳에서 튀어나옵니다. 해야 할 일의 기한이 정해지면 그때가 오기 전까지 나 자신과의 치열한 눈치싸움이 시작되지요.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조금이라도 더 늦출 수 있는 핑계를 찾느라 시간이 흘러가곤 합니다. 그리고 이런 습관은 좀처럼 쉽게 고쳐지지 않습니다. 미루는 사람들이 대부분 나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뿐 ‘왜 미루는가?’에 대해서는 잘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렇다면 과연 왜 미룰까요? 먼저 완벽에 대한 강박이 심한 경우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아 무리 최선을 다했다고 해도 결과가 완벽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완벽한 결과 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실패할까 두려워 일을 뒤로 미루지요. 어떤 사람은 목적이 없어 일을 미룹니 다. 마쳐야 한다는 목표는 있지만, 왜 해야하는지 알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게 마 련이지요. 목적의식이 약하면 의욕이 떨어지고, 일을 끈기 있게 하지 못합니다. 자연스럽게 더 시 급한 핑계들을 만들어내지요. 또 일에 대한 의욕과 에너지가 떨어져 불안이나 무기력감, 우울증이 온 번아웃 상태에서도 일을 미루게 됩니다. 도파민 레벨의 저하로 집중력과 주의력 등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작은 목표부터 천천히 해결하세요

미루지 않기 위해서는 모든 일을 한꺼번에 해결하지 않아야 합니다. 무기력하고 정신적으로 지쳐 있을 때는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해서 느리더라도 꼼꼼히, 하나씩 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너무 장기적이고 큰 목표는 부담을 느껴 일을 미루게 합니다. 매일 실현 가능한 단기적 목표를 세우고 반드시 실천해보세요. 작은 성공이 모이면 일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듭니다. 어떤 일을 하는데 필요 한 나의 에너지도 잘 파악하면 좋습니다. 내 능력치와 체력, 의욕이 적은데 너무 거대한 목표를 세 울 순 없는 노릇이니까요. 내가 가진 문제를 솔직히 인정하고 할 수 있는 목표를 세워보세요. 할 일 이 주어졌다면, 그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곰곰이 생각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모든 것 을 완벽하게 끝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이 일을 하는 것이 나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를 생각 해 보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나만의 작은 루틴을 만들어보세요. 일을 하기 전에 달달한 라떼 한 잔을 꼭 마시거나 내가 좋아하는 필기구로 할 일을 한번 쭉 적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일을 마치지 못했더라도 자책하 지 마세요. 부정적인 되새김질은 도파민을 저하시켜 악순환을 유발합니다.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한 번 해보세요. 단 1분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