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의사는 환자를 통해 인생을 배우곤 한다.
지난한 치료의 시간을 견뎌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때로는 의술을 넘어 마음을 내어주던 날들. 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 전아영 재활전문센터장은
산재환자와 함께한 시간이 삶의 숭고함을 배우는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글. 백미희 사진.김지원

산재환자의 사회복귀를 위한 따뜻한 동행

지난 9월 16일, 전아영 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 재활의학과장이 ‘올해 최고의 의사 닥터 컴웰(Dr. COMWEL)’을 수상했다. 올해 10회를 맞은 ‘올해 최고의 의사 닥터 컴웰’은 전국 10개 공단 병원 230여 명의 의사 중 공공병원 의사로서 산재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하며 병원과 공단 발전에 기여한 최고의 의사를 선정해 시상한다. 저마다의 분야에서 헌신하는 뛰어난 의사는 많지만, 닥터 컴웰의 의미는 조금 더 특별하다. 일하다 사고를 당한 산업재해 노동자가 일터에 복귀하기까지, 사고 유형에 따라 복잡하고 분야가 방대할뿐더러 때로는 마음까지 어루만져야 하는 과정을 함께 이겨내 온 의사에게 전해지는 상이기 때문이다. 올해 최고의 의사로 선정된 전아영 재활의학과장은 2015년에 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에 입사, 산재 노동자들의 직장 복귀를 위한 병원 전략사업 추진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특히 산재 사고 발생 시 공정하고 객관적인 장해판정을 할 수 있도록 도입한 장해전문의료기관제도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산병원 직장복귀지원팀장으로, 산재환자의 직장복귀율을 높이는데도 앞장섰다. 재활전문센터장으로 안산병원이 보건복지부 의료기관 인증을 받는데 톡톡한 역할을 했으며, 병원 밖에서는 지역사회 무료 진료소 등에서 의료봉사를 통해 사회공헌 활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이번 수상을 만든 빼곡한 이력 앞에서도 전아영 과장은 겸손한 수상소감으로 말문을 열었다.

“저보다 유능하신 과장님들이 계신데 제가 받아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 수상의 영광을 저희 원장님과 병원 모든 직원들께 돌리겠습니다. 안산병원에 근무하면서 좋은 일들이 참 많았으며, 한편 힘들었던 일들도 원장님 이하 우리 병원 직원분들이 잘 도와주셔서 지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결국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으로

수련 기간을 포함해 오랜 시간 대학병원에 몸담아왔던 그는, 재활의학 분야에 더욱 심도 있는 연구와 폭넓은 진료를 위해 안산병원에서 진료를 시작했다. 산재환자의 재활 특성상 주변의 만류도 있었다. 고된 날들이 불 보듯 뻔하다는 염려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안산병원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환자의 치료와 기능 회복에 더욱 가치를 두는 재활의학과 의사로서 숙명과 같은 선택이었다. 산재환자 재활치료에 정책적으로 투자하고 발전하는 공공병원의 사명에 뜻을 같이 하고 싶다는 결심도 있었다.

“많은 산재환자를 만나다 보면 산재라는 어려움을 겪은 후 장애를 안고 살아가면서도 이를 잘 극복하고 이겨내는 분들이 계십니다. 척추를 다치고 신경 손상이 동반되어 큰 수술을 하고 난 이후에도 보행이 어렵고 만성통증을 겪은 환자분이 생각납니다.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 사이에서 학원 수업과 재활을 병행하신 끝에 회계 자격증을 따 병원에 취업하셨죠. 척수손상으로 하반신 마비가 된 이후에도 재활을 거쳐 활동적인 직장 생활을 이어 나가고 계신 환자도 계십니다. 그뿐인가요. 양쪽 다리가 심하게 골절되어 양쪽 발목 관절 유합술을 받아 통증에 보행장애까지 있는 상황에서도 포토샵을 배워 새로운 직장을 구하신 분 등. 이런 환자분들을 곁에서 지켜보면 과연 저도 같은 상황에서 이렇게 잘 견뎌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존경의 마음이 절로 들죠. 환자분들을 통해 저 역시 인생을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려운 길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안산병원에서 근무하며 보람과 기쁨을 더 많이 느꼈다는 전아영 과장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매일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병원을 찾는 환자의 절박한 마음이 잠시나마 기댈 수 있도록 말 한마디, 진심 어린 표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으로

안으로는 환자를 살피고 바깥으로는 산재환자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더 나은 의료의 질을 위한 다양한 노력에도 앞장섰다. 공단 병원의 여러 재활의학과 의사 그리고 의료사업본부, 고용노동부가 함께 재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코로나19라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공단에서 의학적 지식을 나누는 강좌에는 빠지지 않고 강사로 참여하기도 했다. 안산병원 재활의학센터의 수장으로 이 모든 일을 소화하는 일이 힘들 법도 한데, 병원 구성원의 든든한 지지 그리고 가족이 있기에 이겨낼 수 있었다고 전아영 과장은 말했다.

“저에게 가장 큰 힘을 주는 건 남편이지요. 저희 남편은 정신건강의학과를 전공해서 제가 환자의 정서적인 면을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또는 실제적으로 급히 정신과 약물 처방 등이 필요한지에 대해 조언도 해줍니다. 그리고 제가 업무로 바쁠 때 쌍둥이 아들 둘을 돌보거나 집안일도 잘 분담해주지요. 이 자리를 빌려 남편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전아영 과장의 삶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은 쌍둥이 형제도 영감의 원천이다. 아이들에게 떳떳한 엄마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 하루를 더 열심히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명예가 드높은 의사가 되기보다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두 아이의 롤 모델이 될 수 있는 인생을 사는 것. 수많은 산재환자의 사례로 인생을 배운 전아영 과장이 얻어낸 참된 인생 목표다. 그의 목표는 결국 삶의 역경을 이겨내고 있는 산재환자들의 더 나은 내일로 돌아갈 것이다.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으로 진료하는 의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돌아보면 진료 시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재활치료의 방향, 약물 처방, 예후를 고려한 치료적 선택 등 환자의 회복을 위해 결정해야 할 때, 근거를 기반으로 전문가로서 최선의 결과를 내도록 냉정하게 판단하는 의사였으면 좋겠고요. 한편으로는 환자의 아픔을 공감해 주고 치료에 잘 순응하게끔 끌어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의사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전아영 센터장의 노력이 있기에 산재환자를 위한 근로복지공단 병원은 날로 더 나아지고 있다. 일하는 사람들이 산업재해라는 시련과 절망 앞에서 오래 멈춰 있지 않도록,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 그의 이번 수상에 힘찬 박수를 보낸다.

좋은 의사를 위한 전아영 센터장의 조언

이해와 공감에서 좋은 재활이 시작됩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병원에서의 모든 활동, 모든 판단은 환자를 위한 가장 최선의 선택인가에 대한 고려가 우선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재활치료는 길고 힘든 과정이라 기간이 길어지면 의지도 약해지고 동기가 저하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러한 어려움을 잘 이해해 주고 공감하여 재활치료 과정을 잘 견뎌낼 수 있게 하는 것이 의사의 중요한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환자에 대한 좀 더 전인적인 접근이 필요하지요. 전문성만을 중요시하다 보면 큰 그림을 놓치기 쉽게 마련이거든요. 시야를 넓히고 나의 전문이 아닌 분야에 대해서도 경청하는 자세로 협업하고, 타과의 의견을 수용하며 보다 적극적으로 환자 치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