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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라고 느꼈던 순간, 김병국 재해자는 새로운 시작을 만났다.
근로복지공단 동해병원 박미숙 간호사와의 만남은 만성 척추 질환으로 허리 한번 제대로 펴보지 못한 그에게 꼿꼿이 살 수 있는 인생 제2막을 선물했다.
간호사와 환자를 넘어 서로에게 보람과 희망을 갖게 해준 이들의 동행(同行)은 모두가 행복한 ‘동행(同幸)’이었다.

글. 임지영 사진. 박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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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가 무너지고 일상이 무너졌던 재해

박미숙 간호사와 김병국 근로자의 만남은 3년 전인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리해야 할 업무가 산적해 있던 연말, 지게차 배차로 석회석 운반 및 이적에 투입되어 폐석을 운반하던 중 척추에서 “우두둑!” 하는 소리가 난 것. 만성 척추 디스크를 앓고 있었지만 그날은 심상치 않았다. 중추가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극심한 고통이 몸을 공격해왔다. 중심을 잃고 쓰러진 그의 두 눈에 하늘이 들어왔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이 마치 세상의 끝처럼 야속해 보이기는 또 처음이었다. 응급 처치를 받고 돌아온 그를 괴롭힌 건 다리저림과 점점 극심해지는 척추의 통증이었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시술을 받은 그는 근무를 이어갔다. 마음껏 드러눕고 아플 수도 없는, 가장의 무게였다. 하지만 산재승인은 쉽게 나질 않았고 그 사이 그는 건강보험으로 치료를 받아야 했다. 몸은 몸대로 아프고 마음은 마음대로 무거운 상태에서 매일 나가는 치료비는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었다. 뒤늦게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동해병원을 소개받고 찾아온 김병국 씨의 첫 만남을 박미숙 간호사는 이렇게 기억한다.

“초기 면담을 위해 김병국님을 만났을 때 전반적으로 산재제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였어요. 산재에 관한 전반적 제도를 안내했고 본원 재활치료 및 직장복귀 또는 사회복귀 시 필요한 작업능력 평가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안내를 드렸지요.”

그때부터 김병국 씨의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한 재활치료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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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치료와 심리치료로 다진 인생의 ‘코어’

동해병원은 강원 영동권 내의 재활인증 의료기관으로 산재 근로자들에게 수부, 어깨 및 상지,하지, 척추, 절단 환자에게 필요한 집중재활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직장 복귀시 직무수행 향상을 위한 작업능력강화프로그램으로 양방향 심신 회복을 도모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동해병원의 협진 시스템에 따라 김병국 근로자는 상담 진행 후 전문재활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신경외과와 재활의학과의 다학제 회의를 통해 척추 집중재활운동대상자로 선정되었다. 이후 다차원 허리 평가 후 척추 집중재활운동에 참여할 수 있었다.

“재활의학과 과장님과 재활치료사, 사회복지사, 산재관리 간호사 등이 종합적으로 참여했어요. 한 달에 한 번 환자의 치료 방향 및 재활 치료 경과에 대한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주기적 상담도 이루어졌다. 몸이 무너지면 마음도 무너지기 쉬운 법. 박미숙 간호사는 재활 스포츠 지원부터 가족화합 프로그램, 심리상담 지원, 산재 환자의 심리적 불안 해소와 자신감 회복을 돕기 위한 산재 멘토링 서비스 등 산재 서비스와 산재승인 상병에 대한 정보 제공 등 김병국 씨의 ‘마음 쌓기’도 세심히 배려했다. 그녀의 도움으로 김병국 씨는 재활 운동에도 적극 참여하는 등 조금씩 희망을 찾아갔다. 박미숙 간호사는 재활에 누구보다 강한 의지를 보인 김병국 씨에게 가까이서,

“산재 재해로 인한 불안감을 극복하고 원 직장에 반드시 복귀할 거라는 강한 의지를 보이며 재활치료 및 작업능력강화 프로그램에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김병국 재씨도 박미숙 간호사의 적극적인 조력 덕분에 고통 속에서도 굳걷한 의지를 지킬 수 있었다고 말한다.

“당시 제겐 이제 갓 돌을 넘긴 두 살짜리 아들이 있었어요. 아빠 구실을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아 아내와 아이에게 너무 미안했어요. 반드시 재활에 성공해 당당한 아빠, 그리고 남편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는데 그때마다 박미숙 간호사님이 친절한 상담과 상냥한 미소로 힘을 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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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시간을 함께 해준 ‘천사’ 간호사

김병국 씨가 지난한 고통의 시간을 견디고 재활에 성공해 원 직장에 복귀하던 날, 박미숙 간호사는 가슴 속에 뭔가 뜨겁게 차오르는 감정을 느꼈다. 그는 병원을 찾아온 김병국 씨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김병국 씨는 병원을 찾은 이래 가장 환한 웃음으로 그의 축하에 화답하며 재기를 다짐했다.

“환자분의 의지로 무사히 복귀해서 일하시는 모습을 보는 것만큼 산재관리간호사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없어요. 병원을 떠나는 순간이 그들에게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 테니까요.”

재해 발생 후 직장 복귀나 사회 복귀와 관련해 심리적 불안과 자신감의 결여로 인해 위축감을 느끼는 환자들에게 박미숙 간호사는 ‘의지’를 강조한다.

“다른 무엇보다 재활 치료와 직장 복귀에 필요한 것은 환자분들의 의지입니다. 전문재활이 필요한 환자들이 조기에 적절한 재활 치료를 받고 작업능력 강화 프로그램에 참여를 한다면 직장복귀 및 사회 복귀가 보다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김병국 씨를 보면서 다시 한번 느낀 점이기도 하고 제가 산재관리 간호사로 5년간 근무하며 배운 점이기도 해요.”

어느덧 5살이 되어 훌쩍 커버린 아들을 안고 산책을 하기도 한다는 김병국 씨. 그의 곁에는 끝까지 잡을 손을 놓지 않은 박미숙 간호사가 있었다.

“이제 운반이나 상하차 업무를 할 때도 척추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병원에서 하던 재활치료의 연장으로 집에서도 재활 운동이나 스트레칭으로 코어를 다지고 있고요. 시시각각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는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때인 것 같아요.”

강인한 의지와 따스한 손길이 만들어낸 기적. 그 기적의 시간을 만들어준 박미숙 간호사를 바라보는 김병국 씨의 시선에는 가을 햇살처럼 포근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