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듯 세련된 홍콩 감성 속으로

짧은 주말을 이용해서 갈만한 해외 여행지를 고를 때 홍콩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선택지 중 하나다. 비행시간도 3시간 반 정도로 비교적 짧은 데다가 시차도 1시간밖에 나지 않으며, 일년 내내 따뜻해 여행하기에 좋다. 또한 홍콩은 서울의 1.8배 크기이고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대부분 볼거리가 시내 중심에 몰려 있어 집중적으로 돌아보기에도 좋다.
홍콩은 크게 구룡반도와 홍콩섬으로 구분된다. 구룡반도는 중국과 이어져 있고, 홍콩섬은 페리를 이용해서 쉽게 오갈 수 있다. 먼저 홍콩 감성을 물씬 느낄 수 있는 홍콩섬부터 찬찬히 돌아보자. 홍콩섬의 시작은 센트럴에서 출발한다.
영화 <중경삼림>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이곳은 홍콩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다. 이 에스컬레이터는 홍콩섬의 평지와 산지 중간에 사는 미드레벨 거주민들의 출퇴근 편의를 위해 1993년 만들어졌다. 매일 5만 5,000여 명을 실어 나르는데, 오전 6시부터 10시까지는 출근하는 이들을 위해 하행만, 그 이후부터 자정까지는 하행만 운행한다. 지상에서 해발 135미터까지 이어지며 전체 구간은 총 800미터에 달한다. 에스컬레이터 운행 시간만 거의 30분에 달할 정도. 그래서 시작부터 끝까지 탑승해도 되지만 분위기 좋은 카페나 레스토랑을 발견하면 중간에 내려도 된다. 영화 속 여자 주인공이 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며 남자 주인공의 집을 엿보는 장면을 떠올려 보며, 영화의 배경음악이었던 마마스앤 파파스(The Mamas and the Papas)의 캘리포니아 드림(California Dreamin’)을 흥얼거려 보면서 홍콩 감성에 흠뻑 취해보자.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중심으로 주변 거리는 아기자기하기도 하고 유행을 이끄는 상점들이 많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현지인이나 관광객이나 모두에게 잘 알려진 곳으로는 소호와 노호를 꼽을 수 있다. 소호(SoHo: South of Hollywood Road)는 할리우드 로드의 남쪽 지역, 노호(NoHo: North of Hollywood Road)는 할리우드 로드의 북쪽 지역을 줄여서 부르는 말. 소호에서 참새 방앗간처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곳은 밀크티 전문점 란퐁유엔, 에그타르트 가게 타이청 베이커리를 꼽을 수 있고, 노호에서의 빼놓을 수 없는 맛집은 미쉐린 가이드 빕 구르망에 선정된 고기 국숫집 카우키 레스토랑이다.

타이청 베이커리 Tai Cheong Bakery
이용 시간 오전 9시 30분~오후 7시 30분
주소 35 Lydhurst Terrace, Central, Hong Kong China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Mid-levels Escalator
이용 시간 하행 오전 6시~10시, 상행 오전 10시 30분~밤 12시
주소 Connaught Road, Central and West Distict, Hong Kong China

포호(PoHo: Po Hing Fong of Hollywood Road)는 할리우드 로드의 서쪽 지역으로 최근 들어 인기를 얻고 있다. 시끌벅적한 도심과는 달리 한적하고 여유가 있을 뿐만 아니라 트렌디함도 잃지 않았기 때문. 빈티지하면서도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많은 이들의 발길을 머물게 한다.

어둠 속에서 더욱 빛나는 시티라이프

해가 지고 주변이 어둑어둑해질 즈음이 되면 홍콩에서의 일정은 더욱 바빠진다. 화려한 홍콩 야경도 감상하고 배도 두둑하게 채우려면 동선을 잘 계획해야 할 터. 홍콩의 밤을 대표하는 볼거리는 바로 심포니 오브 라이트. 오후 8시가 되면 홍콩의 마천루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음악과 조명, 빛과 소리가 어우러진 쇼가 시작된다. 2004년 홍콩 관광진흥청이 개발했으며 40개가 넘는 건물에서 15분가량 펼쳐진다. ‘세계 최대의 영구 설치된 빛과 소리의 쇼’로 기네스북에도 오른 바 있다. 이 쇼를 제대로 관람할 수 있는 명당 자리는 스타의 거리다.
원래 이곳은 미국 할리우드의 명예의 길(Walk of Fame)을 본떠서 만든, 슈퍼스타의 핸드프린팅과 조각상이 있는 산책로. 길게 이어진 거리를 걸으며 양자경, 양조위, 왕가위 등 유명 배우와 감독의 핸드프린팅을 찾아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또한 전설의 액션 배우 이소룡과 ‘홍콩의 딸’로 꼽히는 매염방의 조각상이 있어 한 시대를 풍미한 이들에 대한 추억도 떠올리게 한다.
홍콩의 밤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은 빅토리아 피크에 오르는 것이다. 버스를 이용해서도 도착할 수 있지만 가장 편하고 인상적인 이동 수단은 트램이다. 이 트램은 지난 2022년 오랜 보수 공사 끝에 업그레이드를 마쳤는데, 천장과 양옆 창문 전체를 유리로 만들어 정상에 도착하는 동안 주변 풍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게 했다. 빅토리아 피크에 오르면 홍콩의 전망이 한눈에 들어와 그동안 쌓인 피로를 일순간 사라지게 한다.
란콰이퐁도 많은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야간 명소. 해가 저물면 레스토랑, 바, 라이브 하우스 등으로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한다. 깜빡이는 네온사인과 상점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더해져 거리의 분위기는 점점 고조된다. 멈추지 않는 도시의 심장 한가운데를 관통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다. 경사진 골목을 중심으로 100여 개의 작은 가게들이 밀집되어 있어 다소 혼잡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뿜어내는 열기에 금방 전염되는 이점도 있다.

스타의 거리 Avenue of the Stars
주소 Ave of Stars, Tsim Sha Tsui, Hong Kong China
홈페이지 www.avenueofstars.com.hk

빅토리아 피크 Victoria Peak
이용 시간 오전 7시 30분~오후 11시
주소 No.1 Lugard Road, Hong Kong China
홈페이지 www.thepeak.com.hk

란콰이퐁 Lan Kwai Fong
주소 Central, Hong Kong China
홈페이지 www.lankwaifong.com

엠플러스 뮤지엄 M+ Museum
이용 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월요일 휴무
주소 38 Museum Drive, West Kowloon, Tsim Sha Tsui, Hong Kong China
홈페이지 www.mplus.org.hk

달라진 홍콩의 면모 발견

최근 홍콩은 예술의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구룡 문화지구는 그 좋은 예로 홍콩 정부는 누구나 일상에서 예술을 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서구룡 문화지구를 계획했다. 본래 바다였던 곳을 흙으로 메워 미술관, 박물관 등을 세운 것이다.
가장 먼저 돌아볼 곳은 엠플러스 뮤지엄이다. 엠플러스 뮤지엄은 ‘미술관 그 이상의 미술관(Museum and More)’이라는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관계 맺음과 다양성을 공간 자체에서 뿐만 아니라 공간의 운영에 있어서도 전반적으로 반영했다. 여러 국적을 가진 예술가들의 전방위적인 작품이 고루 돋보일 수 있도록 크기, 구성, 비율, 재료, 빛까지 모두 각각 다르게 설계된 총 33개의 전시관을 보유하고 있는 것. 또한 전시실에서부터 극장, 콘서트홀, 미디어테크 라이브러리, 카페, 레스토랑, 야외 공원 등으로 이어지는 모든 동선에 예술과 일상이 만날 수 있게 의도했다. 이 뮤지엄은 독일 괴츠갤러리와 영국 테이트모던을 설계한 세계적인 건축가 그룹 자크 헤르조그(Jacques Herzog)와 피에르 드 뫼롱(Pierre de Meuron)의 작품이기도 하다.
엠플러스 뮤지엄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홍콩 고궁박물관에 다다른다. 2022년 7월에 개관한 이곳은 9개의 전시관을 비롯해 오디토리움, 기념품 상점, 카페, 레스토랑 등을 갖추고 있으며, 베이징 고궁박물관에서 대여해 온 1,000여 점의 귀중한 보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또한 홍콩 고궁박물관은 건축에 있어서도 주목할 만하다. 이곳은 자금성의 전통 건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눈길을 끈다. 천장은 자금성의 황금 기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완성했는데, 메탈 소재의 아름다운 곡선미가 건축에 문외한인 이들이 보더라도 찬사를 불러일으킨다.

뚜벅이 여행자를 위한 홍콩 대중교통 이용법

다양한 대중교통 종류

버스 일반적인 도시의 버스라기보다는 관광객을 위한 2층 버스가 많다. 2층 맨 앞자리에 앉아 홍콩 도심 곳곳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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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노선이 다양하고 환승이 편해 쉽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다.
구룡반도와 홍콩섬을 오가는 노선, 홍콩섬의 주요 관광지를 이어주는 노선, 공항선 등으로 나뉘는데 공항에서 도심까지는 24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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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 구룡반도, 홍콩섬, 주변 섬을 연결하는 노선으로 구성된다. 10분마다 운영되어 오래 기다리는 불편함이 없으며 관광객에겐 페리를 이용하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즐길 거리가 된다. 야간에는 야경도 감상할 수 있어 일석이조인 셈.

홍콩 여행 필수템 ‘옥토퍼스 카드’

구입처
공항이나 버스, 지하철, 페리의 고객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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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 방법
• 대중교통은 물론이고 편의점, 식당 등에서 현금처럼 사용
• 일정 금액을 충전해 사용, 사용할 때마다 금액 차감
• 사용 완료 시 충전 금액 환불 가능
• 옥토퍼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시 실물 카드 없이 사용 가능

홍콩 고궁박물관 Hong Kong Palace Museum
이용 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화요일 휴무
주소 8 Museum Drive, West Kowloon, Tsim Sha Tsui, Hong Kong China
홈페이지 www.hkpm.org.hk

예술을 향한 홍콩의 노력은 K11 뮤제아에서 화려하게 피어난다. 이스트 침사추이역 혹은 스타의 거리를 걷다가 눈에 띄는 특이한 건물을 발견했다면 바로 찾은 것이다. 아트와 커머스가 결합된 신개념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오직 이곳만을 위해 디자인된 럭셔리 브랜드 스토어부터 최고급 미식 경험을 제공하는 레스토랑까지 다양하게 자리하고 있다. K11 뮤제아는 입구에서부터 별천지가 펼쳐진다. 뻥 뚫린 로비에는 곡선 형태의 알루미늄이 기하학적으로 배치되어 마치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특히 중앙에 자리한 골드 볼과 수 백 개의 조명은 우주의 빅뱅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되었다고 한다. K11 뮤제아 곳곳에는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이 눈길 닿는 곳마다 걸려 있어 다시 한번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일부러 갤러리를 찾아가 작품을 감상하는 게 아니라 이곳에 들어서면 걷고 즐기고 먹으며 자연스럽게 명작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홍콩은 과거의 향수에 사로잡혀 있는 도시가 아니다. 세월의 무게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서로 다른 감수성을 가진 세대와 세상을 적극 수용한다. 좁은 땅 위에 더 많은 건물을 짓기 위해 모서리 귀퉁이에 맞춰 건물의 모양과 구조를 변경하는 모험심을 발휘하고, 세계 각국의 식재료와 조리법을 셰프의 창의성으로 변형해 도심 곳곳에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이 다수 입점해 있는 곳. 바로 이와 같은 열정과 역동성이 오늘의 홍콩을 만들었다. 홍콩은 그래서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K11 뮤제아 K11 MUSEA
주소 Victoria Dockside, 18 Salisbury Road, Tsim Sha Tsui, Hong Kong China
홈페이지 www.k11musea.com

홍콩, 알짜배기 여행 명소

템플 스트리트 야시장

쇼핑과 먹거리가 모두 모인 곳. 저렴한 옷과 가방, 신발에서부터 자질구레한 생활용품까지 없는 게 없다. 물건에 가격이 명시되어 있지만 흥정하면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또한 포장마차와 유사한 개념의 로컬 식당 다이파이동도 즐비해서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다.

홍콩 대관람차

60m 높이로 빅토리아 하버의 근사한 전망을 약 20분 동안 세 바퀴를 돌며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한 관람차에는 최대 8명의 승객이 탑승하기 때문에 낯선 이들과 함께 탈 수 있지만 그 역시 여행의 묘미일 터. 주변 광장에서 이벤트가 열리는 경우도 많으니 미리 확인할 것.

익청빌딩

거대하고 낡은 ‘ㄷ’ 형태의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로 인구밀도와 땅값이 세계 최고 수준인 홍콩이기 때문에 생겨난 기형적인 주거 공간이다. 영화 <트랜스포머4>와 <쿵푸 허슬>의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지하 2층과 지상 1층은 상가이고 그 위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