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보험 60주년 기념사 전한 신인교 님

안녕하세요. 신인교 님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저는 인사혁신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국가직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신인교입니다. 산재사고 전에는 현대기아연구개발본부 시험센터에서 차량성능을 개발하는 연구원으로 8년가량 근무했었습니다. 산재사고로 지체장애(하반신 마비)를 얻게 된 후에는 근로복지공단 공채로 입사해서 1년 정도 근무한 후 공직에 입문해 조달청에서 3년, 인사혁신처에서 10년가량 근무하고 있습니다.

산재보험 60주년을 맞아 기념식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훌륭하신 근로자분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최초 사회보험인 산재보험 60주년을 기념하는 뜻깊은 자리에 초대해 주시고, 연단에서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에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마음입니다. 저는 산업재해 근로자로 공단의 요양, 보상, 재활 서비스를 받은 후 사회에 성공적으로 복귀했고, 현재까지도 후유증상 치료를 받는 공단의 고객이기도 하고요. 근로복지공단은 짧게나마 제가 공채로 입사해 산재보험 관련 업무를 했던 직장이기도 해서 매우 의미가 컸습니다.

산재사고 후 힘든 시간을 보내셨다고 들었어요.

처음엔 정말 많이 힘들었습니다. 사고 후 다섯 차례의 수술로 인한 육체적 고통, 고통 뒤에 찾아온 좌절과 무기력증, 끝이 보이지 않는 재활의 힘겨움까지. 다시 걸을 수 없게 되었고, 평생 휠체어에 의지해야 한다는 절망감,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통증은 제 심신을 한없이 지치게 만들었고 모든 걸 포기해 버리고 싶게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장애로 인해 나에게 주어진 조건과 환경이 변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저의 생활에도 조금씩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휠체어를 탄 채 일상생활에 적응하는 재활훈련을 하면서 조금씩 장애에 적응해 나가고 자신감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모두 처음부터 수월하지는 않았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편견과 선입견이 존재했고, 그것을 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했습니다. 장애를 가진 후 다시 복귀한 직장에서 휠체어를 탄 저의 부서 배치를 달가워하지 않는 부서장과 동료들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 했습니다. 직장 외의 생활에서도 어려움이 많았는데,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버스가 많지 않았고, 엘리베이터 없이 위험한 리프트만 설치되어 있는 지하철역도 대다수였죠.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장애 전과 후의 저의 삶이 그리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장애를 입고 휠체어를 타게 되면서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달라졌고, 여전히 불편한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 이전과 똑같이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제가 좋아하는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매일 체력증진을 위한 운동도 하고 있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여전히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하고 있으니까요.

장애인 인식개선 활동에서 광고모델, 연극, 스포츠까지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시지요.

직업공무원 외에 가장 큰 의미를 두고 있는 활동은, 초중고 및 대학생과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장애인식 개선 강사 활동입니다. 바쁜 일정을 쪼개어 나가는 강의지만 진행하는 강의 하나하나가 저 자신에게 큰 의미와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좋은 경험입니다. 저의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 가지고 있는 장애에 대한 인식에 조그만 변화라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시작했기에 강의 내용에 대한 소감이나 피드백에서 인식개선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을 회신해 주실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그 밖에 삼성물산 패션 장애인의류 브랜드 하티스트 초대 모델로 활동하였고, 2019년부터 올해까지 전국체전에 휠체어 테니스 서울시 대표선수로 출전하였습니다. 또한 장애인식 개선과 관련된 뮤지컬과 연극 등에 배우로 참여하는 등 장애를 입기 이전보다 더 다양한 분야에서 의미 있는 활동을 이어가며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다소 불편해진 몸으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때로는 힘들기도 하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절망적으로 바라보는 중증장애인인 제가 전하는 이야기가, 같은 장애인들에게는 삶의 희망으로 다가가고 비장애인들에게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남아있는 제 삶이 그 무엇보다 더 의미 있고 보람될 것 같습니다.

신인교 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려주세요.

사실 장애를 가지기 전엔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원대한 목표나 계획도 거창했던 청년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런데 장애를 입고 난 이후에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이전에는 저 역시 제가 장애인이 되리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기에 예측할 수 없는 내일보다 오늘이 정말 소중하다는 걸 뒤늦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즐거운 삶’을 사는 것이 제가 요즘 생각하는 제 삶의 가장 큰 가치이자 목표입니다.

산재보험 60주년을 맞아 꼭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저 역시 산업재해 사고로 중도 장애를 입고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에 갇혔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저와 같은 산업재해 근로자들이 아픔을 치유하고 다시 새로운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다시 희망과 도전의 역사를 쓸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되어준 공단과 산재보험의 지나온 60년처럼 앞으로의 60년 또한 산업재해 근로자들에게 더 힘찬 내일의 바람을 일으키며 일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희망을 잃지 않고 지속적으로 도전의 역사를 써 나가는 데에 큰 동력이 되어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