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하는 수학여행

중년 세대에게 경주는 수학여행 단골 장소였다. 특히 불국사 청운교와 백운교 앞에서 단체 사진을 촬영했던 기억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정도. 그때는 친구들과 장난치고 떠들기 바빠서 불국사가 어떻게 생겼는지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을 테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찾은 불국사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감흥을 느끼게 한다.
천년 동안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는 곳곳마다 찬란했던 그 시절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건축물이 가득하다. 불국사는 신라의 이상향인 불국토를 현세에 드러내고자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불국사는 석단 위에 지어진 목조 건축물로 대웅전, 무설전, 극락전, 관음전, 비로전 등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석단 위는 부처의 나라이며 석단 아래는 이승의 공간을 뜻하고 이 석단을 중심으로 한 두 세계는 청운교와 백운교, 연화교와 칠보교 두 쌍의 다리로 연결된다.
한편, 대웅전 앞에 나란히 세워진 다보탑과 석가탑은 신라의 빼어난 심미안과 기술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다보탑은 신라의 특수한 석탑 양식을 대표한다. 사각형, 팔각형, 원형의 석조를 짜임새 있게 구성하고 있으며 각각의 길이, 너비, 두께가 일정해 통일감 있는 조형미를 선보인다. 석가탑은 다보탑과 같은 화려한 조각 장식이 없어 자칫 단조롭게 보일 수 있지만 각 부분의 비례와 균형이 완벽에 가까워 신라 석탑 양식의 백미로 평가된다. 다보탑과 석가탑은 복잡함과 단순함, 화려함과 절제함과 같은 두 가지 상반된 아름다움이 조화롭게 공존해 그 가치가 더욱 빛난다. 더불어 이와 같은 대담한 시도를 감행한 신라인들의 높은 수준에 대해 놀라움까지 느끼게 한다.

불국사

이용 시간 오전 9시~오후 5시 이용 요금 무료 주소 경북 경주시 불국로 385
전화번호 054-746-9913 홈페이지 www.bulguksa.or.kr

불국사를 둘러보고 나서 그다음으로 발길을 옮길 곳은 바로 석굴암이다. 사실 불국사와 석굴암은 마치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쌍처럼 인식되곤 한다. 불국사 곳곳도 감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지만 석굴암 역시 할 말을 잊게 만든다. 석굴암은 세계 유일의 인조 석굴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석굴암은 굴을 만든 게 아니라 방을 굴처럼 만들었다는 게 올바른 설명일 것이다. 당시 신라인들은 인도의 엘로라 석굴이나 아잔타 석굴 같은 곳을 만들고자 했다. 그런데 경주를 둘러싼 화강암은 아주 단단해서 굴을 만들기엔 불가능했고, 그래서 돌을 원형으로 쌓아 마치 굴과 같은 모양을 만들었던 것이다.
한 가지 더 놀라운 사실은 석굴암에 적용된 놀라운 과학이다. 석굴암을 만들 때 관건은 습기였다. 습기가 생기면 온통 돌로 만들어진 석굴암에 이끼가 가득 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석굴암 바닥 아래로 샘을 흐르게 해 온도를 낮추었고 실내의 습기가 이 바닥에서 이슬로 변하도록 했다. 그런데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이 원리를 알지 못하고 샘을 없애 결국 석굴암은 더 이상 습기를 막아낼 방법이 없게 되었고 그 결과 이제는 인위적으로습기를 제거하고 있다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 석굴암

    이용 시간 오전 9시~오후 5시 이용 요금 무료
    주소 경북 경주시 석굴로 238
    전화번호 054-746-9933
    홈페이지 http://seokguram.org

대릉원 이용 시간 정문: 오전 9시~오후 10시, 후문 및 천마총: 오전 9시~오후 9시 30분
이용 요금 천마총: 성인 3,000원, 청소년 및 군인 2,000원, 어린이 1,000원 주소 경북 경주시 계림로 9
전화번호 054-771-8650

집 앞에 능, 과거와 현재의 공존

영화 <경주>를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집 앞에 능이 있으니까 이상하지 않아요? 경주에서는 능을 보지 않고 살기 힘들어요.” 대릉원 근처에서 살고 있는 영화 속 주인공 윤희는 창밖을 바라보며 이렇게 툭 내뱉는다. 영화의 내용은 희극과 비극, 삶과 죽음을 통해 인생에 대해 찬찬히 생각해 보게 하는데, 이 대사는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인생의 아이러니함을 단적으로 담고 있으면서도 경주만의 특징에 대해 간결하게 표현해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다.
대릉원은 이름 그대로, 그야말로 커다란 무덤이다. 신라시대 왕과 왕비, 귀족 등의 무덤 23기가 모여 있는 곳이다. 대릉원은 미추왕릉(사적 175), 황남리 고분군(사적 40), 노서리 고분군(사적 39), 오릉(사적 172), 동부사적지대(사적 161), 노동리 고분군(사적 38), 재매정(사적 246) 등으로 구성된다. 또한 학창 시절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던 천마총과 금관총도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 역사적인 유적지를 반드시 봄에 가야 하는 이유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 계절에만 만날 수 있는 봄꽃 때문이다. 목련, 벚꽃 등 봄을 대표하는 꽃이 대릉원 곳곳에 흐드러지게 핀다. 대표적으로 대릉원 안에 위치한 황남대총 뒤쪽, 고분과 고분 사이 핀 목련을 꼽을 수 있다. 절제된 풍경화를 보는 듯 도심 속 목련과는 또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주말에는 이른 아침부터 사진을 찍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서 있을 만큼 인기 만점이라고. 또한 대릉원에는 벚꽃도 만개해 천천히 둘러보며 인생 사진을 남길 수도 있다. 특히 미추왕릉 근처의 벚꽃이 특히 만발하다고 하니 꼭 기억할 것.

● 경주 벚꽃 제대로 즐기기

  • 경주 대릉원 돌담길 벚꽃축제
    벚꽃이 만개한 때 대릉원 돌담길에 축제가 열린다. 라이트쇼, 포토존, 플리마켓, 놀이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남녀노소 누구나 취향에 맞게 축제를 즐길 수 있다.
    날짜: 3월 22~24일 장소: 경주 대릉원 돌담길

  • 놓치면 안 되는 흥무로 벚꽃길
    2007년 건설교통부에서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가운데 하나다. 도로 양쪽에 늘어선 아름드리 벚나무가 봄이 되면 만개한다. 물론 봄이 되면 수많은 상춘객으로 도로는 주차장이 되지만 그럼에도 가보지 않을 수 없는 곳이다.
    주소: 경북 경주시 충효동 299-2

봄꽃 향기에 흠뻑 취하고 나면 황리단길로 이동해 보자. 이곳의 실제 도로명은 포석로이고 황남동 일대를 말하는데, 서울 이태원의 경리단길과 같이 사람들의 많이 모여들면서 황남동과 경리단길을 조합해 황리단길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내남사거리에서 출발해 한옥 호텔 황남단에 이르는 700m 남짓의 거리다.
천년 이상의 역사와 전통이 깃든 유적지에 비하자면 이곳 황리단길의 역사와 전통은 신생아와 다름없겠지만 노후화된 주택가가 도시 재생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옛 건물에 요즘 젊은 감각이 더해지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진 원도심이 핫플레이스로 거듭난 것이다. 한옥을 개조한 상점, 카페, 레스토랑, 게스트하우스 등이 쭉 이어진 거리에서 보석 같은 명소를 찾아보고 경험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기념품도 사고 맛있는 음식에 향긋한 커피와 달콤한 간식까지 결들이며 경주의 또 다른 추억을 만들기에 좋다. 또한 황리단길은 대릉원은 물론 동궁과 월지, 첨성대, 월정교 등 경주의 유명 유적지와도 가까운 위치라 오며 가며 한 번 이상은 꼭 들르게 되니 마음에 드는 곳이 여러 군데라 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경주에 오래 머문다면 아쉬움 없이 모두 즐길 수 있다.

경주에서 당 떨어질 때, 이건 어때?

1

계속 손이 가요, 황남 쫀드기

쫀드기의 극강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쫀드기를 튀겨 매콤한 시즈닝을 얹었다. 한 번 맛보면 멈출 수 없는 맛이다. 콜라와 결합한 쫀콜 세트, 맥주와 결합한 쫀맥 세트 등 센스도 넘친다.

2

불국사 다보탑이 새겨진, 황금 십원빵

십원짜리 동전이 빵으로 변신했다. 동전 모양 그대로 앞면에는 불국사 다보탑이, 뒷면에는 10이란 숫자와 1966년 발행 연도가 새겨져 있다. 모차렐라 치즈가 가득 들어가 쫀득하다.

3

소스와 함께 떠먹는, 황남 옥수수

삶은 옥수수를 튀긴 것도 같고 구운 옥수수를 볶은 것도 같은 식감을 느낄 수 있다. 겉은 살짝 딴딴하고 속은 쫄깃하다. 황남맛, 마요맛, 옥수수크림 세 가지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낮보다 더 빛나는 경주의 밤

경주의 유적지는 이름은 한 번쯤 들어봤어도 그곳이 정확히 어떤 장소인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동궁과 월지도 그렇게 아는 듯 모르는 유적지 중 하나다. 이곳은 신라 왕궁의 별궁 터였다.
과거 이곳은 안압지로 불렸다. 신라가 멸망한 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수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기러기와 오리가 날아와 살면서 기러기 ‘안()’과 오리 ‘압()’의 한자를 사용해 안압지라 불린 것이다. 그러다가 2011년, ‘동쪽의 궁궐’과 ‘달이 비추는 연못’이란 동궁과 월지라는 옛 이름을 되찾을 수 있었다. 원래 이곳에는 26개의 건물이 자리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세 곳의 건물만 복원되어 있다.
동궁과 월지의 진가는 밤이 되면 비로소 드러난다. 화려한 조명이 더해져 경주를 대표하는 야경명소로 꼽히는 것. 적막한 밤, 연못 위에 비치는 전각과 달의 모습을 바라보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리운 사람의 얼굴도 떠오르고 간절히 바랐지만 이루지 못한 일들도 떠오르며 긴 여운을 남긴다.
첨성대 역시 낮보다 밤이 더 찬란한 곳이다. 신라 제27대 선덕여왕 때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며 경주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요즘엔 밤에 더 각광을 받는다. 밤이 되면 첨성대는 물론이고 주변 산책로까지 간접 조명으로 은은하게 빛나서 산책하기에 그만이다.
고분을 제외하고 한반도 고대 건축물 중에 유일하게 후대의 복원이나 재건 없이 원래 그대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첨성대는 받침대 역할을 하는 기단부 위에 술병 모양의 원통부를 올리고 맨 위에 우물 ‘정()’과 같은 형태의 정상부를 얹어 만들었다. 높이는 약 9미터에 달하고 원통부는 부채꼴 모양의 돌로 27개 단을 쌓아 올려 제27대 선덕여왕 때 만들어졌음을 상징한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물론, 첨성대를 꼭 밤에만 가야 한다고 고집할 필요는 없다. 낮에는 경주역사유적지구부터 경주향교, 교촌마을, 첨성대 등을 운행하는 비단벌레 전기자동차를 타고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편리한 이동은 물론 문화유산에 대한 친절한 해설도 들을 수 있어 일석이조. 단, 예약하지 않으면 이용이 불가하니 미리 계획을 세우는 게 좋다.
경주는 오래된 도시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신선한 매력을 발산한다. 과거에 머물지 않고 지속적인 변화를 추구하며 새로운 세대를 품에 안는 것. 경주를 대표하는 유적지는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지만 요즘 콘텐츠를 결합해 기존과는 다르게 경험하고 공유하며 최신의 추억은 쌓여만 간다.
동궁과 월지
이용 시간 오전 9시~오후 10시
이용 요금

천마총: 성인 3,000원, 청소년 및 군인 2,000원, 어린이 1,000원

주소 경북 경주시 원화로 102
전화번호 054-750-8655
첨성대
이용 시간 오전 9시~오후 10시
이용 요금

무료

전화번호 054-772-3843
  • ●   경주의 매력을 더 만나고 싶다면?

    더 많은 유물과 유적을 찾아, 국립경주박물관

    경주와 경북에서 출토된 유물이 전시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신라시대 유물 비중이 높다. 국립중앙박물관 다음으로 큰 규모를 자랑하며 금관 같은 화려한 유물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주소 경북 경주시 일정로 186

    탁 트인 동해부터 주상절리까지, 감포

    경주에서도 푸른 바다를 만날 수 있다. 감포에 위치한 읍천항은 바다를 끼고 공원과 산책로가 잘 갖춰져 있어 천천히 둘러보기에 좋다. 또한 해파랑길을 따라가면 주상절리에 다다른다. 주상절리는 용암이 굳으면서 만들어진 육각기둥 모양의 지형으로 자연의 신비를 다시 한번 경험하게 한다.

    주소 경북 경주시 양남면 동해안로 49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