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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읽기

회복을 위한
쉬어감에 대하여

여름휴가는 직장인들이 일 년 중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보상 중 하나일 것이다. 휴가철이 되면 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푸른 바다와 낯선 풍경을 배경으로 한 사진들로 가득 채워진다. 주변 사람들 역시 잠시 일터를 떠나 가족, 지인, 혹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계획에 들떠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대부분은 휴가를 보내고 돌아온 뒤 한동안 마음의 여유를 되찾는다. 이전보다 가볍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는 심리적 에너지를 충전하고 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다. 일부는 충분히 쉬고 돌아왔음에도 여전히 피로감을 호소한다. 체감상 이러한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휴가 기간 동안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양질의 식사를 하며, 일상의 스트레스로부터 거리를 두었음에도 왜 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지쳐 있는 것일까.

글. 선우현정 임상심리전문가, 정신건강임상심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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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 강박과 번아웃

AI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삶은 과거보다 훨씬 편리해졌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분명 그런 측면이 존재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바쁘고 치열한 삶을 살아간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성과를 중시하며, 여기에 성장, 의미, 자기계발, 현명함과 같은 가치가 중요한 덕목으로 자리 잡으면서 일상생활 전반에 끊임없는 자기관리가 요구되고 있다. 직장에서는 자신의 역량을 증명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 직장을 벗어나서도 체력을 단련하고, 외모를 가꾸며, 개인의 역량을 개발해야 한다.
심지어 먹고 마시는 것조차 영양 성분과 원산지를 꼼꼼히 살피며 현명하게 소비해야 하고, 휴식마저 의미 있게 보내며 시간을 허투루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존재한다. 과거의 사회가 특정 행위를 금지하거나 제한함으로써 개인을 통제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현대 사회는 “할 수 있다”, “해내야 한다”, “더 만족스럽게 살아야 한다”와 같은 긍정의 언어를 통해 개인을 압박하는 측면이 있다. 이를 반영하듯 우리는 갓생(자기계발과 생산성을 추구하는 삶), 현생(현재의 현실적 삶),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성장캐(지속적인 성장을 보여주는 인물) 등의 표현을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한다. 이러한 단어들은 단순한 유행어를 넘어 현대 사회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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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사회문화는 우리 삶의 여유를 갉아먹기도 하고, 휴가를 보내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성장과 성취를 중시하는 가치관은 휴가 중에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쉬는 동안에도 무언가 특별한 것을 얻고 경험해야 한다고 여기기 쉽다. 여기에 업무에 대한 걱정이나 연락이 더해지면 휴가는 일상으로부터의 온전한 단절이 되기 어렵다. 결국 휴가는 장소만 바뀐 일상의 연속선상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신체가 휴식 중일지라도 정신은 업무와 책임을 향해 계속 열려 있게 된다. 자연히 심리적 긴장은 충분히 해소되지 못하고, 여러 자극과 정보에 지속적으로 반응하는 과잉각성 상태가 유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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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의 본래 모습은 어떤 것이었나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휴식은 무엇일까. 심리학에서는 회복을 위한 쉬어감의 조건으로 몇 가지 중요한 요소를 이야기한다. 첫째는 일상으로부터의 심리적 분리이다. 심리치료의 대가였던 나의 지도교수님은 늘 “괄호 열고, 괄호 닫고”를 잘하라고 말씀하셨다. 환자와 상담하는 동안에는 나의 일상을 괄호 안에 잠시 넣어두고 온전히 환자에게 집중하라는 의미였다. 반대로 상담실을 나서는 순간에는 환자의 삶을 괄호 안에 넣어두고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그래야만 일도 건강하게 할 수 있고, 삶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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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개념이 휴식에도 매우 잘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휴식을 취하는 동안에는 우리가 짊어지고 있던 역할과 책임을 잠시 괄호 안에 넣어둘 수 있어야 한다. 휴가를 떠나는 순간만큼은 "지금 이 시간 이후의 일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마음의 선을 긋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것은 회사 업무일 수도 있고, 사회가 요구하는 각종 기준과 기대일 수도 있다. 둘째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우리는 쉬는 시간조차 영상 시청, 독서, 운동, 여행, 자기계발 등 의미 있는 활동으로 채우려는 경향이 있다. 뇌과학에서는 특별한 과제를 수행하지 않고 멍하게 있는 시간이 뇌의 회복과 창의적 사고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은 게으름의 시간이 아니라 뇌가 스스로를 정리하고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시간이다. 눈에 보이는 활동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심리적 회복의 과정 역시 중요한 휴식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셋째는 자신에게 너그러운 태도를 갖는 것이다. “남들은 이 시간에도 발전하고 있을 텐데”, “남들은 더 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을 텐데”, “계획했던 것을 충분히 하지 못했네”와 같은 생각은 휴가 중에도 우리를 압박한다.
휴가에 반드시 계획과 성취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지친 자신에게 “충분하다”, “괜찮다”, “지금도 잘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건네는 시간이기도 하다. 휴식의 목적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지쳐 있는 자신을 회복시키는 데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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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이 있는 삶은 중요한가

나는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당위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조심스럽게 느껴진다. 진정한 휴식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또다시 “휴식은 이렇게 해야 한다”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 어쩌면 쉬는 법에 대해서조차 정답을 찾으려 하거나, 공부하듯 접근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쉬어감 역시 절대적인 정답이라기보다 회복을 돕는 하나의 방향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특정한 방법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잠시나마 자신을 옥죄던 요구와 기대로부터 거리를 두고 아무런 역할도 수행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쉬어감이 없는 삶은 외부의 요구에 끊임없이 반응하는 삶이 되기 쉽다. 마음의 여유가 사라질수록 우리는 사소한 자극에도 예민해지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며, 정작 삶에서 중요한 가치들을 놓치게 된다. 처음에는 열정으로 시작한 일도 충분한 회복 없이 지속되면 결국 무기력과 소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많은 직장인들이 이야기하는 ‘월요병’ 역시 의지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회복 자원이 충분히 채워지지 않은 상태일 수 있다.

이번 휴가만큼은 내일의 나를 더 발전시키기 위한 시간도, 특별한 경험을 남기기 위한 시간도 잠시 내려놓아 보자. 대신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귀 기울이고,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여유를 스스로에게 허락해 보자. 어쩌면 우리가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진정한 휴식은 특별한 경험 속이 아니라,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평온한 시간 속에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