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속 감동이 현실 풍경으로 이어지는 순간, 우리는 역사와 조금 더 가까워진다. 최근 화제가 된 영화와 드라마 배경지를 따라가다 보면, 작품 속 이야기가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실제 역사와 공간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비운의 왕 단종의 흔적부터 조선의 정취가 살아 있는 명소까지, 영화와 드라마로 만나는 역사 여행지를 소개한다.
글. 편집실
참고 사진. 한국관광공사
동·남·북 삼면이 남한강 상류 물줄기에 둘러싸여 있고, 서쪽에는 험준한 암벽인 ‘육육봉’이 솟아 있어 나룻배 없이는 출입이 불가능한 천혜의 유배지다. 상왕에서 노산군으로 강봉된 단종이 외부와 두절된 채 머물렀던 곳으로, 당시 호장 엄흥도가 밤마다 몰래 찾아와 문안을 드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단종이 세상을 떠난 후 엄흥도가 시신을 몰래 거두어 가매장했던 자리에 조성된 조선 제6대 왕 단종의 능이다. 일반적인 왕릉과 달리 단종을 위해 목숨을 바친 종친, 충신, 환관, 궁녀, 노비 등 268명의 위패를 모신 ‘장판옥’과 이들에게 제사를 올리는 ‘배식단’이 있어 그 숭고한 정신을 기린다.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는 수원화성의 아름다운 풍경과 어우러지며 감성적인 분위기를 완성했다. 주인공 임솔과 류선재가 함께 걷던 성곽길과 화성행궁 일대는 드라마 팬들의 새로운 여행 코스로 떠오르고 있다. 수원화성은 조선 후기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를 기리기 위해 축조한 세계문화유산이다. 웅장한 성곽과 고즈넉한 풍경은 역사적 의미와 현대적인 감성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낮에는 성곽길 산책을, 밤에는 은은한 야경을 즐기기 좋아 드라마 속 여운을 오래 간직할 수 있는 공간이다.
조선 시대의 분위기가 가장 잘 보존된 곳 중 하나인 문경새재는 드라마 《킹덤》과 《옷소매 붉은 끝동》, 《해를 품은 달》 등의 주요 배경지로 등장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험준한 산길과 옛 관문 풍경은 작품 특유의 긴장감과 묵직한 분위기를 더욱 실감 나게 만든다. 과거 영남과 한양을 잇는 중요한 길목이었던 문경새재는 실제 조선 시대 선비들과 관리들이 넘나들던 역사적 공간이기도 하다. 옛길을 따라 걷다 보면 드라마 속 장면과 실제 역사의 풍경이 자연스럽게 겹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