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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읽기

차가운 이성으로 완성하는
뜨거운 공감

공감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닌 단어일까? 우리나라에서 공감만큼 따뜻한 느낌을 공유하면서 정서적 연대감을 주는 단어는 흔치 않다. 동시에 공감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은근히 피곤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공감이 이렇게 상반된 느낌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는 공감을 제대로 알고 하는 것일까?

글. 김태훈 경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공감은 상대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모습을 보이는 행동이라고 오해하는 분들이 많다. 공감은 그렇게 상대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것을 넘어서서 상대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 감정을 함께하는 것을 말한다. 그저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뇌가 정보를 처리해서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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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 공감의 한계와

인지적 공감의 발견

조금 더 자세하게 살펴보면, 공감은 정서적 공감과 인지적 공감으로 나눌 수 있다. 누군가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함께 아파하는 것, 그렇게 누군가와 감정을 공유하는 것을 정서적 공감이라고 한다. 소아과에서 아이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워하는 보호자의 모습, 내가 응원하는 팀이 극장골로 승리했을 때 전율을 느끼며 소리 지르는 모습,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이 오열할 때 함께 눈물 흘리는 모습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감정을 함께하게 되면 상대와 나의 감정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깊이 몰입하게 되고, 심적인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게 된다. 그래서 정서적 공감을 지속하면 지치게 된다.
반면 상대방의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 입장을 이해하는 것을 인지적 공감이라고 한다. 그래서 감정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서서, 그 이유를 찾아보고 적절한 도움을 주려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를 보면서 환자가 느낄 불안감을 알아차리고 명확한 어조로 치료 계획을 설명하는 모습이나 협상 과정에서 무리한 요구를 하는 상대방에게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적절히 체면을 세워주는 방식으로 대처하는 모습이 바로 인지적 공감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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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오용이 불러오는 부작용과

일터에서의 원칙

사회적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인간에게 정서적 공감과 인지적 공감 모두 중요하지만, 잘못 사용하면 당연히 부작용이 발생한다. 의사, 상담사, 구급대원과 같이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는 직업의 경우 강력한 정서적 공감으로 인해서 과부하가 걸리기 십상이다. 심지어 상대방의 고통이 그대로 본인에게 전이되어 업무 수행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인지적 공감도 마찬가지다. 감정은 내버려둔 채 원인 분석과 해결에 집중하는 모습만 보인다면, 아무리 좋은 의도로 적절한 도움을 준다고 해도 마치 상대의 고통에 대해서는 냉담한 것처럼 보여서 거리감을 더 키우게 될 수도 있다.
그러면 정서적 공감과 인지적 공감은 주로 언제 사용하는 게 좋을까? 감정을 나누는 정서적 공감은 당연히 가족이나 친한 친구와 같은, 매우 가까운 사이에서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반면 일터에서는 인지적 공감을 우선해야 한다. 구성원 간에 서로의 상황을 상세히 들여다보고 이해해주고 필요하다면 적절한 지원을 하면 된다.
일터에서 정서적 공감을 우선하게 되면 공감이 오히려 부담이 된다. 팀의 동료가 과도한 업무나 상사의 질책으로 힘들어할 때마다 그 고통을 내 것처럼 똑같이 느끼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같이 지치게 되고 업무를 수행할 에너지도 잃게 된다. 게다가 동료의 감정에 지나치게 몰입하면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기도 어려워진다. 힘들어 보이는, 그래서 마음이 가는 동료의 사정을 듣게 되면 그냥 무시하기 쉽지 않고 어느새 동료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게 되곤 한다.
그저 마음을 함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정서적 공감이 공정을 해치고 심지어 편 가르기로 이어지거나 혐오를 유발할 수도 있다.
라이벌 축구팀 팬이 전기 충격 받는 영상을 보면서 고통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이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뇌과학 연구 결과는 공감이 유발하는 부작용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별 생각 없이 누구 편이냐고 묻는 그 말이 사실은 공감을 강요하고 있었다면 이제는 생각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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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를 넘어

실질적인 문제를 정의하는 힘

이제는 공감의 의미를 제대로 살펴보고 상황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 그동안 강요해왔던 무조건적인 정서적 공감이 아니라, 공감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해봐야 한다.
디지털 소통이 일상이 되면서 연결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모두 연결되어 있지만 오히려 외로움은 증가하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공감은 마치 희귀 자원같이 느껴진다. 게다가 다양한 사람들이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다 보니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로 끊임없이 공감을 소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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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필자는 공감을 감정적인 공유를 넘어서서 같이 문제를 고민하고 정의할 수 있는 능력으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업무량 폭증으로 힘들어하는 팀원을 보면서 정말 힘들 것 같다고 마음으로 공감하는 팀장의 말은 그 순간 위로가 될지는 모르지만, 결국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팀원은 잠시의 위로에 마음이 따뜻해질 수 있겠지만 업무량은 달라지지 않고 점점 지쳐가기 때문이다.
조금 더 상황을 제대로 들여다본다면, 그 팀원이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서 업무 협조 요청 등으로 일이 몰리고 있다는 것, 그래서 문제는 업무 과다가 아니라 일의 쏠림과 거절의 어려움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공감을 바탕으로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게 되면, 업무 협조는 팀장을 통해서 요청하게 하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도 있다. 공감은 이렇게 결정의 중요한 기준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만든 정책이라고 해도 정책 수혜자의 상황을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은 채 시행하게 되면 그 효과는 반감할 수밖에 없다. 상대의 상황을 살피고 필요한 질문을 아끼지 않는 방식의 공감으로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고 결정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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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소외 없는 해결을 위한

공감의 확장

디지털 전환과 인건비 절감이라는 명분으로 시작한 무인 민원발급기(키오스크)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미 디지털이 익숙한 세대는 PC에서 온라인으로 민원 문서를 출력하고 있는데 반해, 주민센터를 자주 찾는 고령층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키오스크 사용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다. 결국 행정 서비스로부터의 단절이라는 또 다른 장벽을 만들어 버리게 될 수도 있다. 키오스크 앞에서의 머뭇거림과 그로 인한 대기줄 형성으로 인해, 고령층은 불편함을 느끼는 수준이 아니라 사회의 짐이 된 것 같은 수치심을 느낄 수도 있다. 공감을 바탕으로 결정을 한다면, 키오스크 사용법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서서 AI 기반 음성 안내 서비스를 적용해서 단계마다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도와주는 방안을 같이 고민할 수 있다.
AI가 일상에 침투하고 있는 지금, 그래서 공감이 더 필요하다. 효율성과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AI 도입은 점차 증가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일자리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단순한 두려움에 머물기보다, 우리가 무엇을, 그리고 왜 두려워하고 있는지 제대로 살펴보자.
그러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게 공감일 것이다. 이제 단순히 감정을 공유하는 공감에 집착하지 않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는 공감을 해야 한다. 이렇게 공감을 제대로 사용하면, 구성원 하나하나 소외되지 않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